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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범죄다
등록자 관리자 조회수 986

보이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범죄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유영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어느 날,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백색실명은 무섭고 빠른 속도로 온 도시에 전파되고, 그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 중 크게 공감했던 문장 하나를 소개 하고자 한다.


 ‘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에요.’

밑줄을 그으며 보이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죄라고 중얼거렸다.


  여성장애인의 삶은 열악하다
. 비장애여성과의 비교는 그만두고, 같은 장애인이지만 장애남성과의 격차는 심각하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교육정도에서 남성의 중졸 이하는 45.4%였다. 반면 여성장애인인의 72%가 중졸이하의 학력이라고 응답하였다. 월평균 개인 수입에서 남성장애인은 128.6만원인데, 여성장애인은 52.3만원에 불과하다. 2016년 대한민국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649,932원에도 못 미치는 빈곤상태에서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금액으로 문화생활은 물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이 빚은 결과는, 생애주기별 삶의 전 영역에서 차별과 폭력을 감수하며 살게 만들었다. 배우지 못한 설움은 평생의 한이 되었고, 생애주기마다 다가오는 고충을 털어 놓을 곳이 없어 스트레스와 우울의 늪에 빠져 살았다.

 
  한 줄의 빛처럼 정부는 여성장애인교육사업
(보건복지부)과 어울림센터(여성가족부)를 운영해왔다. 당사자 단체 혹은 복지관에서 여성장애인의 기초학습능력 증진과 생애주기별 고충상담 및 사례관리를 위해 일을 했다. 교육사업은 인건비 한 푼 없이 오로지 사업만 진행했다. 어울림센터는 3명의 종사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여성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생애주기별 고충상담을 위해 일해 왔다.

 
  2013
년부터 폐지와 통합, 예산삭감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여성장애인을 흔들었다. 유사중복이라는 언급은, 급기야 2015년 양 부처의 사업을 보건복지부로 통합할 것을 결정하고야 말았다. 위로라면 사업의 규모가 축소되지 않도록 하며, 여성가족부의 사업 내용을 담아내고 교육사업의 수행기관에도 인건비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2017
년부터 보건복지부는 여성장애인역량강화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2016년 말로 두 사업을 모두 종료하고 신규로 가되, 두 사업이 지녔던 고유의 목적 사업을 다 담는 것이 센터가 해야 할 주요 사업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예산은 전혀 증액되지 않고 여성장애인역량강화지원센터를 운영하려다 보니 기존 어울림센터의 예산이 대폭 줄고
, 3인의 종사자를 2인이나 1인으로 줄여야한단다. 교육사업을 수행하던 기관 입장에서 보면 잘 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학습교육을 주로 하던 것에 생애주기별상담 및 사례관리까지 해야 한다면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기존 어울림센터에서 3인의 종사자가 하기에도 힘들었던 사안에 기초학습교육까지 담으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수년 동안 최저임금에 불과한 처우를 견디며
, 여성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던 종사자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인원 감축에 대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담당부처를 바라보며, 그 자신이 같은 입장이라도 그럴까 싶은 물음표가 생긴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울림센터 종사자들을 위한 비상구는 없다. 여성장애인들은 권리를 찾기 위하여 맨주먹으로 벽을 두드려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장애인이 제대로 뿔났다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 6조와 제 24, 장애인복지법 제7조와 제92,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 34, 양성평등법 제 33조가 있어도, 법은 법으로서 효력이 없다. 2016, 120만에 달하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여성장애인교육사업과 어울림센터 그리고 출산지원금을 아우르는 총 사업비는 1559백만 원에 불과했다. 2017년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은 98백만 원만 증액이 되었다.


   이 흔들림이 종내는 완전 폐지로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 아니 무섭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장애인관련 사업 예산증액과 여성장애인역량강화지원센터를 제도화 할 것을 요구한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여성장애인지원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장애인의 삶이 이토록 열악함을 알면서도 평균치만 논하며 보지 않는 것은 횡포다
. 정부든 국회든 연구자이든 그 누구이든, 여성장애인의 삶의 문제가 이렇듯 빤히 보이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힘없는 자를 향해 자행되는 범죄다.


 ‘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백색실명에 접어든다. 평안하고 안전한 삶에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만날는지 아무도 모른다. 내 비장애인으로 나런 삶이, 어느 날 류머티스라는 질병을 만나 12번의 수술을 겪으며, 지체 1급 여성장애인이 되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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