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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45호

45호
(부설기관) 통영지역 여성장애인 모녀 성폭력 사건

<부설기관>
통영지역 여성장애인 모녀 성폭력 사건
- 이명희 통영여성장애인연대 대표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던 한여름 더위의 기세만큼,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올림픽의 열기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통영의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지적여성장애인가족 성폭력사건은 그 열기만큼이나 쉽게 사그라지고 있다.

최근 통영에서 일어난 지적여성장애인 모녀를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은 장애인성폭력사건의 대부분이 그렇듯, 마찬가지로 한 마을 주민들로부터 수년간 상습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통영여장연은 지난해 10월에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마산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피해자진술을 통한 법적지원을 비롯, 상담,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올 2월에, 작은딸까지 성폭력피해를 당해온 사실을 알고 사건의 공론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지만 작은딸 사건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그 사건은 종결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족들은 극심한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고 가해자처벌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피해자만 2차 3차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염려에 더 이상 노출되는 것을 거부한 피해자가족의 의사에 따라 공론화시키는 것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적여성장애인의 성폭력사건은 오랜 시간에 걸친,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진술만으로 사건을 진행해야 하는 특성상 지루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보다 성폭력사건에 있어 피해자인권보호는 기본이자 최우선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제각기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도 여러 각도에서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것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번 사건은 통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수많은 사건들이 있어 왔음에도 마치 이것이 처음인 냥 반응하고 있는 지역의 언론이나 일부 사람들의 모양새는 부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이 사건은 충분히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임에 틀림없고 한 마을의 주민들 로부터 오랜 세월 여성장애인가족의 인권이 유린되어 온 것에 대해 여성장애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누구보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한 것은 두 말할 나위없다.

이 사건과 맞물려 인근지역에서 초등생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전국에 이슈가 되면서 일부 언론이 장애인가족 성폭력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은 책임을 공동대책위에 묻기 시작했고 이어 경남지방경찰청이 ‘같은 마을 거주 장애인여성 폭행한 마을주민 등 3명 검거’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언론에 갑작스럽게 배포하면서 사건은 신문, 지상파, 종편 등 일파만파로 크게 번져나갔다.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경각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피해자들의 신상 까발리기가 시작되고 급기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여론이 들끓으면서 동네 한 가운데 더 이상 발붙이고 살기조차 힘들어진 피해자 가족이 마을을 떠나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음에도 거기에 따른 문제의식과 반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와 피해자의 인권보호, 과연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할까?

이제껏 장애인성폭력, 아동성폭력사건은 수도 없이 일어났고 또 공론화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도덕성의 불감증이라도 걸린 듯, 유사한 사건들은 날로 늘어만 가고 그 수법은 더욱더 잔인해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건 뒤에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자신이 가진 이름으로 온전히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 이름까지 바꾸고 살아가야하는 그들의 현실은 전혀 안중에 없다.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더 이상 그들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주변 환경들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물리적 격리를 말하고 있었다.

시설장애인들의 탈시설화를 주장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계의 화두인 시점에서 그들을 격리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마을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마치 피해자가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이 말은 성립될 수 없다. 성립되려면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피해자 일 뿐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일부사람들, 일부언론의 태도는 사건을 하나의 가십성거리로 전락시키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끔찍한 일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왜 또 다른 사회적 폭력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세상이 미쳐 날뛰듯 성폭력사건이 전국에서 연이어 터지자 정부가 성폭력
예방대책을 줄줄이 내어놓고 있다. 성폭력전담수사반, 성충동억제를 위한 화학적 거세 등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사회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바로잡지 않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일이다.

우리에게 있어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냄비근성으로 들끓었던 우리 사회는 벌써 망각의 늪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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