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꿈꾼다!
문애준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결실의 계절‘가을’은 채우고 여무는, 나아가 만물이 풍요로운 때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황금들녘엔 곡식이 익어가는 이 계절에 여성장애인들의 삶도 풍요롭기를 바라봅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기 좋은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생각에 모든 국민들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여성장애인들에게는 불안과 불신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애인 관련 8대 공약 안에 여성장애인 관련 공약을 넣지 않았으며,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여성장애인 관련 정책을 본 단체가 제안을 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2023년 여성장애인 관련 본예산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비와 출산지원금을 삭감하여 국회에 올렸습니다.
여성장애인 역량 강화 교육사업비는 기재부가 복지예산 중 인건비를 삭감하라 해서, 출산지원금은 지난 3년간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여성장애인의 교차된 차별과 다중의 차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폭력 피해 여성장애인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전담 부처가 사라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들은 과연 새 정부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암울한 상황 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2022년 8월 24일과 25일에는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우리 정부 국가 심의가 있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참관차 다녀왔습니다. 프라이빗 브리핑을 통하여 한국의 여성장애인 실태와 단독 법률의 필요성 등을 알려내는 활동, 국가보고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 심의 위원들에게 정보제공 등 다양한 대응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최종견해에는 여성장애인의 교차 차별에 대하여 우려와 권고를 했습니다.
장애인 인권 모델에 따른 성인지예산 확보, 법률에서 성별 관점과 교차성을 반영하는 특정 법률 채택 등에 대한 권고를 우리 정부가 이행해야 여성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감히 범할 수 없는 존엄한 존재로서의 장애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기본 권리들을 누리며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생존권에 해당하는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 평범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으므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공정과 상식이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높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취약한 계층인 여성장애인들의 삶이 더욱 위축될 수 있으므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위정자들의 높은 인권의식을 담보로 여성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제도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장애여성지원법’이 꼭 제정되길 다시 한번 촉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