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한국 장애여성 정책 평가와 권고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지난 8월 24일과 25일에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하‘협약’)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위원회’)의 심의가 열렸다. 이번 심의는 2014년 최초의 심의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심의였다.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의 협약 이행보고서와 아울러 민간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단체의 병행보고서를 검토하여 심의를 진행하였고,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9월 9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를 발표하여, 한국의 협약 이행 수준을 평가하고 이후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최종견해는 협약의 국가이행에 관련된 1조부터 33조 까지의 모든 조항과 관련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그와 관련한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그런데, 최종견해에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최종견해 말미에 사후조치 부분에서 위원회는“이 최종견해에 포함된 모든 권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중 긴급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으로, 당사국에 협약 제6조(장애여성)와 제19조(자립적으로 살기와 지역사회 통합)의 권고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요청한다.”라고 했다. 장애여성과 탈시설 이슈를 한국정부가 긴급히 조치할 사항으로 강조한 것이다. 위원회는 한국에서 장애여성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번 위원회 심의에는 10개국이 대상이 되었다. 국가별 최종견해가 발표되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국 최종견해에는 그 나라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가 강조되었는데, 10개국 중 방글라데시와 한국이 장애여성 관련하여 긴급한 조치와 강력한 대책 마련을 권고받았다.
한국이 협약 제정에 있어 장애여성 조항 제안국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러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제6조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다음과 같다.
최종견해 장애여성(제6조) 13. 위원회는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점을 주목한다: 장애 관련 법률 및 정책에 성별 관점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물론, 성평등 관련 법률 및 정책에 있어 장애 관점이 부족하여 장애여성과 장애여아에 대한 차별, 소외 및 배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점; 장애인 관련 활동을 기획·이행하기 위한 인권적 장애모델 기반의 성인지예산 부족; 국내 법률 체계는 장애여성과 장애여아가 직면한 다중 및 교차 차별을 명백하게 다루고 있지 않고, 적절한 정책 대응을 설계하는 관점을 가진 장애여성과 여아가 경험하는 다중, 교차 차별에 대한 데이터나 연구가 부재한 점; 고용, 공적 및 정치 생활, 의사 결정, 사법 제도에 있어 장애여성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 14. 위원회는 장애여성과 여아에 대한 일반논평 제3호(2016년)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세부목표 5를 상기하고, 당사국에 다음을 권고한다: 장애여성과 여아의 권리를 모든 성평등 법률, 특히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2023-2028)에 주류화하고, 성인지 관점을 장애정책과 프로그램에 주류화하며, 성평등 및 장애 관련 법과 프로그램 기획 및 이행에 있어 장애여성 및 여아와의 협의와 효과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 일반적인 장애 문제와 관련된 프로그램 및 활동이 양성평등 관점에 입각하여 계획되고 예산이 수립되도록 보장할 것; 법률에서 장애여성과 여아에 대한 다중 및 교차 형태의 차별을 인정하고 성별 관점과 교차성을 반영하는 특정 법률 및 전략을 채택할 것;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장애여성과 여아에 대한 역량강화와 완전한 참여, 그리고 모든 공공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채택할 것. 당사국은 장애여성이 정부부문과 사법체계를 포함하는 정치적인 삶에 있어 의사결정시 대표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이행할 것. |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반 여성정책과 성평등정책에서 장애 관점이 부족하다고 우려한 것이다. 위원회는 관련 법률과 국가계획에 장애여성 이슈가 주류화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이는 1차 심의의 최종견해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사항이다.
인권적 장애모델 기반의 성인지 예산이 부족하고, 장애 여성과 여아가 경험하는 다중적, 교차적 차별에 대한 데이터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해 성별 관점과 교차성을 반영하는 장애여성을 위한 특정 법률과 전략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아울러, 장애여성의 역량강화, 정책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참여, 정치적인 대표성의 확보의 필요성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권고 사항들은 2차 견해에서 새롭게 제시된 것이다.
제6조 이외의 다른 조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장애 여성과 여아를 고려하는 우려와 권고가 포함되어 있다.
제5조(평등과 비차별)에서 장애여성이 다중적이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아울러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권고하였다. 제11조(위험상황과 인도적 차원의 긴급사태)에서 장애여성이 접근 가능한 재난위험경감계획의 채택을 가속화할 것을 위원회는 또한 권고하였다. 제15조(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에서는 심리사회적장애 및(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을 포함한 폭력 피해 여성 및 소녀를 위한 접근 가능한 쉼터의 부족을 우려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센터 및 응급쉼터 등의 서비스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제17조(개인의 고유성 보호)에서는 장애여성과 여아에 대한 동의 없는 강제 불임의 근절을 권고하였다. 제23조(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에서는 장애여성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부모의 책임을 다할 권리를 명시화한 법률을 제정하라고 권고하였다. 제25조(건강)에서는, 장애여성의 성적 그리고 재생산 건강관리와 서비스, 정신 건강 서비스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행할 것이 권고되었다. 제27조(노동과 고용)와 관련해서는, 장애여성의 개방노동시장 내 참여 증대를 위한 할당제를 포함한 특별보호조치를 취할 것이 권고되었다. 제32조(국제협력)에서는 국제개발협력 파트너로서 장애여성단체의 참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을 위원회가 우려의 눈으로 주목한다고 하였다.
장애여성 이슈는 범분야(Cross cutting) 이슈이다. 협약에 별도의 조항이 있지만, 협약의 이행에 있어 모든 조항에서 성별 관점과 장애여성의 관점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 이 점을 위원회는 또한 강조하고 있다.
다음의 심의는 2031년 이후에나 있게 될 것 같다. 그때 한국의 장애여성 정책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정부와 장애인단체 모두의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