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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53호

53호
(기획이슈) 장애는 아름답다

<기획이슈>
장애는 아름답다
-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재작년 9월 이래 장애학 칼럼을 써왔다. 맨 첫 회에 왜 장애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장애학의 원칙에 대한 이야기까지, 장애학 칼럼을 통하여 필자가 말하려던 것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옮긴다는 것이 다른 장애인 관련 학문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든 특수교육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학문이든 분명히 필요한 곳이 있다. 다만 장애인의 관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밸런스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장애학은 장애 관련 학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데 있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 수 있는가 하는 시사점을 줄 것이다. 장애인복지 제도 면에서는, 장애학에 의하여 자각된 장애인들은 더욱더 장애 정책 형성과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사실 모든 장애 정책은, 장애인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나름대로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다. 변화된 인식을 가진 장애인이 장애 정책 이면에 있는 가치관에 도전할 때, 정애 정책은 점점 더 장애인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즈음,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하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다양성이 존재할 때 전체는 보다 아름다워진다.

 
‘예비 장애인’이라는 말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잇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사람이 결국 장애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장애인법(ADA)의 장애 정의에 의하면, 노인이 되어 주요 생활 활동 중 하나 이상에서, 예를 들어 오래 걷는데 있어서 실질적으로(또는 상당히) 제한을 받는다면 장애인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장애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18.19%에 이르는 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노인이 된다는 것은 장애인이 된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곧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인 것처럼, 장애(세분하여 말하자면, 손상 내지 활동제한) 역시 삶의 일부분이자 개인의 한 특성이다.

 
그러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늘 불행한 것이며, 노인들이 있다는 것이 불필요한 다양성인가? 오히려 노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지혜는 대개 젊은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이며, 젊은이들이 빠지기 쉬운 편협함에 다양성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장애가 있다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속성 중에 하나일 뿐이며, 어떤 사람의 머리 모양이 그 사람을 모두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장애 역시 어느 한 개인을 설명하는 유일한 속성이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또한, 시간적으로도 장애는 인간 사람의 다양함의 한 부분이고, 공간적으로도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함의 한 종류이다.

 
위에서 ‘다양성이 존재할 때 전체는 보다 아름다워진다’라고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장애는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 혹 독자 중에, 장애인이든 아니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장애가 아름답냐고 반문하시며 제가 논리의 장난을 하고 있다고 하실 분이 계실 것이다. 그런 분에게는 제 장애학 칼럼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시기를 권하며, 장애보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몇 년 전에 양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장애를 가지고 비너스 래퍼가 내한한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그녀가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떠들어 대었다. 영국에서 장애인의 희망을 찾아야 할 정도로 한국에는 휼륭한 장애인이 없다고 생각들 하였는지, 또 이런 과정을 통하여 중요한 것을 사회 환경이 아니라 장애인의 굳은 의지라고 말하는, 그 흔해빠진 레토릭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온 것의 유익이라 한다면, 그녀를 통하여 장애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장애학에서는 ‘장애는 아름답다(Disability it beautiful)'고 말해왔다. 이것은 언어의 유희가 절대 아니며, 오히려 비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인도 기필코 가져야 할 인식이다. 이것은 또한, 장애학 칼럼을 통하여 읽었던 것 모두를 잊는다 하더라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한가지이다.

 
그동안, 장애학을 먼저 접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에서 칼럼을 써왔다. 쉽지 않은 내용에, 재미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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