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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어법 발의 과정에서의 주요 쟁점
- 이미혜 (사)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단일언어를 사용해 온 국가적 특성으로 인해 한국어 이외의 언어 사용자에 대한 수용이 매우 낮고 이러한 환경은 한국수어사용자인 농인에 대한 몰이해와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하였다.
또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현장을 의료적 모델이 지배하면서 재활 정성화 개념이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을 비정상의 범주로 분류하는 요인이 되었다.
농인 자녀를 둔 대다수의 청인 부모들도 자녀의 수어 사용에 부정적이며 청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부모들의 욕구와 재활 중심의 특수교육 과정으로 인하여 농인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렇게 성장하여 사회에 진출한 농인들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숭어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농인이 교육, 고용, 지역 사회참여 및 일상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과 사회적 소외에 직면하게 하여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국어기본법」,「장애인복지법」에서는 농인에게 청각장애의 치료를 지원하거나 수화통역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나 이는 농인을 병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립한 정책의 일환으로 농인의 언어권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은 미비하여 농인의 차별과 소외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다른 독자적 체계가 있는 언어로서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의 언어권을 보장하고 한국수어 및 농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수어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국수어법의 제정은 농인의 기본 인권으로서 언어권 및 한국수어의 발전ㆍ보존 관련 국가의 책무 등을 제시하여 농인의 수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며 지난 기고에 이어 이번 기고 내용으로는 한국 수어법 발의과정에서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8년 한국 수화 기본 법안을 준비할 당시에는 보건복지부를 주무부처로 하여 법안을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수어는 의사소통의 방법 또는 양식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언어체계를 가진 고유한 언어이므로 언어의 습득, 교육, 사용, 보전 및 발전을 포함하는 이 법안의 소관부처는 ‘국어기본법’과 같이 언어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언어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주무부처를 변경하였다.
법제명은 ‘한국수화언어기본법’으로 시작하였으나 ‘기본법(framework Law/Act)'이란 보통 여러 개의 관련되는 법률이 있을 때, 이들 법률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리나 원칙, 기본이념이나 정부정책의 방향 등을 제시하는 법을 일컫는 것으로 본 법안의 성격상 기본법이라는 법제명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기본법이라는 법제명을 삭제하였다.
‘한국수화언어기본법’으로 출발한 법제명은 최종적으로 ‘한국수어법’으로 변경하였다. ‘수화(手話)'는 일본강점기부터 사용되어 100여년 이상을 사용되어 왔으나 농인 당사자들 중심으로 ’수어(手語)‘ 용어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으며 2차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 수화보다는 수어를 법제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법령 수혜 당사자 의사를 반영하여 법정 용어로 ’한국수어‘를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이 법령은 복지서비스 규정이 아니라 언어의 문화적 기반에 관한 규정으로 언어권의 1차적 주체를 일컫는 용어로 기존의 병리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을 적용하여 법적 용어인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농인’으로 규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연어로서 “한국수어”와 인공어로서 “유사수어체계”를 구분하여 법령에 포함하였다. “한국수어”란 대한민국 농사회ㆍ문화 속에서 시각ㆍ동작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국어와 다른 고유한 형식의 언어이며, 이와는 달리 “유사수어체계”는 그동안 농사회에서 문장식 수화, 한국어 대응 수화, 청인식 수화 등으로 불리어 왔으면 이는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한국어 형식에 ‘수어’만 대입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다양한 인공적 언어형식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적ㆍ공간적 차이에서 오는 방언(方言)이 아닌 사회적 소외의 산물로 수어와 수어를 기반으로 하는 농사회ㆍ문화의 법적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뒤늦게 수어를 습득하는 상당수의 농인과 청인이 유사수어체계를 사용 중인 현실을 반영하여 법률안은 유사수어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4년 9월에 이 법안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수어법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한국법제연구원이 용역을 맡아 2014년 10월 29일 착수보고회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발의된 한국수어법은 2013년 12월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에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이후 세월로 참사로 인하여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중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조속한 한국수어법 제정을 위해 2014년 11월 11일 여의도 이룸센터앞에서 “한국수어법 제정 촉구 전국 농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11월 12일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하여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