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이야기 마당 2>
제12기 여성장애인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을 마치며
- 김봉희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원교육 수료생)
장미가 만발한 여름날에 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국화향이 가득한 늦가을에 교육이 끝났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매주 토요일은 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지낸 셈이지요. 한결같이 밝은 미소를 머금고 교육장으로 들어오는 교육생들을 처음 만난 날이 기억이 나네요. 낯설고 어색해서 구석에 앉아 있었던 저는 긴장된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죠. 그 미소들이 기나긴 교육기간동안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료식이 있었던 날! 수료증을 받고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보람을 느끼면서 수업내용에 따라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때로는 심각하고 놀라워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감격스러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강사님들의 열강과 교육생들의 진지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첫 수업을 받던 날 ‘법보다 앞서는 것이 인권이다. 여성장애인의 차별과 억압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성포력, 가정폭력, 언어폭력, 경제적 폭력의 악순환 속에 살고 있지만 사회구성원이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불합리한 현실에서 우리는 저항해야한다’는 유영희 상임대표님의 강의에 교육을 받는 나의 소신이 되었지요. 프로그램이 매주 이어지는 동안 한 가지라고 소홀히 할 수 없는 다양한 이론과 지식을 접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폭력피해자들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원스톱지원센터 견학을 함으로서 그동안 강의로만 듣던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도 했었고요. 법원에서 그림자배심원으로서 재판과정을 참관 후 판사님과 성폭력에 대한 법적인 토론을 하였던 시간은 새로운 체험이었지요. 만약에 상담원으로서 성폭력에 대한 법적인 대응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로서는 교통이 불편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법원까지의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말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점점 강의가 무르익어가며 이어지고 있는 동안 얇게 입었던 옷들이 점점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종강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고 누가 먼저 말하지 않더라도 아쉬움이 가슴에 가득하였을 것이어요. 그동안 만나면서 처음 만났을 때 서먹서먹한 관계들이 차츰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정이 든 까닭이겠지요.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는지요.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면서 장애인들은 장애를 수용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모두가 유능한 여성장애인을 위한 상담원이 되리라 믿어요!
참가수기를 통해 교육시간 내내 친절하게 대해 주신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이희정소장님과 상담원 여러분, 성심성의껏 상의를 해 주신 교수님들. 먼 길을 마다않고 오셔서 강의를 해주신 소장님들, 그리고 가족처럼 친구처럼 함께 교육을 받은 교육생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길지만 짧다고 느껴진 2014년 토요일의 하루는 우리들만의 차지였던 것! 그 귀한 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이 아니겠지요? 마지막 시간! ‘경청은 인간을 살리게 할 수 있는 상담원으로서 클라이언트에 대한 최고의 아름다운 배려이다.’ 라고 하신 수료식을 진행하기 전에 들려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영희 상임대표님의 의미가 담겨진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