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이야기 마당 1>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순간, 그것은 가능해진다”
- 장혜정 (사)대구여성장애인연대 부설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팀장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class1 콤비 모던 스탠더드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한 획을 긋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게 된 시기는 2011년 봄이었다. 고등학교 때 선배들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힙합에 가까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 매력에 사로 잡혔다. 언젠가는 나도 휠체어댄스를 꼭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계기를 접하긴 쉽지 않았다. 2001년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휠체어 댄스스포츠팀이 결성되어 잠깐 춤을 접할 순 있었지만 6개월이란 짧은 배움을 아쉬워하며 해산하게 되었다.
이후 대구여성장애인연대 활동가로 부설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상담원으로, 팀장으로 근무를 하며 상담원으로서의 나의 일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2011년 봄, 우연하게 대구 댄스스포츠연맹 회장님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운동은 시작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춤을 추는 순간에는 모든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자유로운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매력에 빠져 연습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2013년 국제대회를 나갈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다. 또한 그곳 중증장애인들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휠체어와 장애가 보이지 않았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느껴지기보다 춤을 추는 그들의 몸짓과 휠체어의 움직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그들의 얼굴은 환희에 가까울 만큼 자연스러웠으며 진실했다. 그때 난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춤을 바로 진심에서 표현되는 것임을.... 또한 나는 그곳에서 class1을 받게 되었다.(댄스스포츠는 class1 중증클라스와 class2 경증클라스로 나눠 경기가 이뤄진다.)
첫 출진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2위라는 결과를 거두게 되었다. 국제전에 2위를 하고 돌아와 첫 국내대회에서(한국에서는 선수층의 부족으로 클라스를 통합하여 경기가 이뤄진다.) 경증선수를 뛰어넘어 1위를 하게 되었다. 이런 결과들은 정말 꿈만 같은 결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이었다.
댄스스포츠는 나에게 큰 삶의 기쁨이며 내가 살아갈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이유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댄스스포트는 나에게 장애의 한계를 느끼게 하기도 하였다. 4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생활 속에 장애를 현실에 맞춰 살다보니 내가 어떤 장애를 인식하고 살진 못했다. 등급분류를 받으며 팔을 나란히 하라하는데 나란히가 되기 않았으며, 상체를 앞으로 숙여 손을 대지 말고 일어나라하는데 일어날 수 없었으며, 어깨를 옆으로 틀어보라 하는데 그 동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는 내가 하반신신경마비로 배꼽 아래로는 감각이 없으며, 20살 땐 척추의 측만이 심하여 목 아래부터 꼬리뼈까지 핀이 박혀있어 전혀 틀어지지가 않는다. 등급분류를 통해 나의 몸 상태를 접하면서 순간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허리의 힘이 없어 중심잡기가 어려운 난 근력을 키워야했으며 되지 않는 동작과 액션 등을 파트너쉽으로 매순간 순간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하는 현실 속에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이런 노력 속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출전한 러시아 세계대회에서 아시아인에게 편견을 가진 유럽심판들과 유럽관중들의 시선 집중을 받으며 처음으로 ‘진정 나는 춤을 추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구나, 내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구나’라는 생각이 느껴졌다.
드디어 나의 염원과도 같았던 아시안게임의 출전을 하면서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내면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고 진실되게 표현해 내는 선수이고자 했던 난 휠체어댄스스포츠가 정식으로 첫 종목으로 채택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나에게 댄스스포츠는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여성! 두 아이의 엄마이나 현실 속에 부딪히는 수많은 양육의 어려움들! 한 남성의 아내로 살아가며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고비 고비를 넘어야하는 어려움들!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바로 휠체어댄스스포츠이다.
이처럼 휠체어댄스스포츠는 나에게 장애의 한계에 부딪혀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며, 두 아이들에게 금메달리스트의 엄마라는 영예를 가져다 주었고,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 나에게 밝은 에너지를 내어 긍정의 삶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로 인해 나의 삶은 한층 더 밝아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휠체어 댄스스포츠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지금 나에게 휠체어 댄스스포트는 나의 꿈의 무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며, 삶에 지쳐가는 나에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고, 두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 직장여성으로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는 장혜정이란 사람이 또 다른 도전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준 내 삶의 은인과도 같은 운동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순간, 그것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