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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48호

48호
(기획이슈) 장애의 개념적 모델

<기획이슈>
장애의 개념적 모델
-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학에 대해 소개하는 본 칼럼을 시작하는 맨 첫 회에 장애가 무엇인가 하는. 장애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고 한 적이 있었다. 이제 오늘 드디어 그 주제에 대하여 생각해보려 한다. 다소 이론적인 부분이라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장애가 왜 생기는가 또는 장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장애에 관한 다양한 개념적 모델은 ‘의료적 모델’ 대 ‘사회적 모델’의 대립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개인적 비극’의 산물 또는 ‘건강 이상’(health condition)에서 직접적으로 초래된 생물학적 결정론의 산물로 본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장애는 운이 나빠서 생기거나, 건강 이상에 의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전문가(의사ㆍ사회복지사ㆍ직업재활상담가ㆍ물리치료사ㆍ직업치료사 등)에 의한 개별적 치료의 형태로 제공되는 의료적 보호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인에게든 비장애인에게든 일견 당여하게 보일수도 있으며, 장애 이론 중에서는 의료적 모델이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어떤 종류의 기능적 어려움이라 할 수 있는 ‘손상’(impairment)만을 다룰 뿐. 조직과 문화의 산물. 즉 사회 정치적인 해석으로서의 ‘장애’(disability)라는 용어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비판받아 왔다. 다시 말해, 의료적 모델은 개인의 어떤 건강 이상과 무능력(disablement) 사이에 필연적 인과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즉 신체의 구조나 기능에 손상을 입으면 반드시 무능력해진다고 보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우리 주위에는 비록 신체적으로든 지적으로든 손상이 있지만. 어엿하게 나름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또한 의료적 모델에서 끌어낸 장애 라벨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강력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어떤 종류의 라벨은 사람의 혼삿길을 막기도 한다. 그리고 의료적 모델은 손상을 가진 삶을 의존적인 위치에 놓이게 하는데, 의료 시설에 대한 이러한 의존은 의료적 모델의 사용을 지속시키게 된다.

한편, 사회적 모델에서는 장애인들이 직면하는 문제의 원인은 개인적 제한ㆍ한계가 아니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장애인의 욕구가 사회조직 안에서 충분히 고려되도록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의 실패이다. 첫 회에서도 말했었지만, 장애인들은 커다란 소수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신체적 제한만큼이나. 오히려 그 제한보다도 더욱. 사회에서의 차별과 억압에 의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장애 권리 운동은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의 업무는 ‘가능하게 함’(enable)을 그 취지로 하고 있으나. 그 업무는 신제로는 불평등과 불공평 상태를 유지하고 재생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모델의 이론가들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검토하는 대신에 정책과 계획에 초점을 두는 경험이 있어 왔다.

사회적 모델에서는 병리라든지 질병이라든지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에 이 모델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는 구성요소는 ‘손상’이다. 이 모델의 이론가들은 손상을 “개인의 신체적ㆍ정신적 또는 감각적 기능에서의 제한”으로 정의한다. 이 모델에서 두 번째 요소는 ‘장애’(disability)이다. 장애의 정의는 국제장애인연맹(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의 정의에 기초하고 있는데. 장애를 “물리적ㆍ사회적 장벽에 기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서 지역사회의 평상의 생활에 참여할 기회의 상실 또는 제한”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장애가 존재하는 곳이 개인 안이 아니고 사회 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 모델에 대해 해리스(Harris)라는 사람은 장애의 사회적 차원이 해결되면 아무런 심각한 장애 특성도 남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개인을 불리하게 하는 신체적ㆍ정신적 이상이 사회적 차원을 갖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요인에 기반을 둔 장애의 개념 형성은 거부했다.

물론 사회적 모델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사회적 모델에 대하여 배우게 되면, 그들은 이 모델이 의료적 모델보다 더 자신의 경험에 부합한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제 사회적 모델은 점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한 북아메리카와 영국의 대학에서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필자가 소개하고 있는, 장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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