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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51호

51호
(기획이슈) 장애학의 원칙(2)

<기획이슈>
장애학의 원칙(2)
-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호에 이어 장애학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첫 번째 원칙은 사회적ㆍ역사적ㆍ문화적 관계 내에서 장애를 분석한다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 지난 호에는 사회적ㆍ문화적 관계 내에서 장애를 분석하기 위하여 장애학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하여 말하였고, 오늘은 역사적 관계 내에서 장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역사적 관계 내에서 장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 장애가 어떻게 다루어졌는가를 연구한다. 세계사 속에는 우생학ㆍ유전학, IQ 테스트, 장애인의 분리ㆍ시설화, 장애인에 대한 불임 시술, 자선 사업, 히틀러 치하 독일에서의 장애인 안락사 등 장애와 관련된 많은 슬픈 역사들이 있었다.

자연과학에서의 진화론은 19세기 후반 사회적 다원주의를 낳았고, 마침내 인간사회에서도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이 법칙이 적용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적지만 생존해야 한다면, 부적당한(unfit) 사람을 버려야 할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시설에 수용해야 했다. 물론 처음에는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고자 시설에 수용해지만, 이후에는 장애인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시설수용이 시행되었던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장애인시설에서 장애인이 탈출했을 때 미디어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시설수용이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장애인의 분리 역시, 오늘날 특수교육 등 많은 곳에서 여전하다.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르자면 또한 장애인의 ‘번식’을 막아 다음 세대에 장애가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불임 시술로 이어졌고, 아예 장애인의 이성교제와 성욕 그리고 결혼을 공공연히 막는 논닐로 사용되었다. 혹 장애인이 임신을 하거나 혹 장애인을 임신했으면 과감하게 낙태를 고려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의학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모든 장애를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을 인간들이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인간은 장애인을 최대한 빨리 지구상에서 없애는 한편 ‘우등한 인간’을 생산해 내는 것이 인간 역사의 발전을 위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히틀러 치하에서 독일이 10만 명가량의 장애인을 ‘자비’의 이름으로 대량학살한 일로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생학과 유전학의 발전을 낳았다. 우생학은 지금도 여러 가지 논리를 내세워 계속되고 있으며, 황우석 박사의 연구도 최신판 우생학에 다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안락사는 지금도 합법적으로 혹은 은밀히 행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안락사를 PAS(physician assisted suicide, 의사 조력 자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증 장애인을 돌보다 생활고로 죽인 사건에 대해 동정적인 판결이 나온 적이 있었다. 본 필자는 그렇게 어렵게 장애인을 돌볼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를 우선 묻고 싶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러한 동정론이 자칫 장애인의안락사를 정당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혹 몇몇 나라에서처럼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내세워 장애인의 안락사가 합법화된다면, 그 피해를 보게 될 1순위가 장애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논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존엄하게 살 권리’이다. 미국에는 ‘Not Dead Yet'(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PAS를 반대하는 단체가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단체도 이러한 문제에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IQ테스트는 처음에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그 테스트의 여러 가지 모순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분류하고 인간에게 숫자를 부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너무나 흔하게 쓰이고 있다. 그리하여 IQ는 마침내 사람들로 하여금 지적장애인의 가능성보다는 무능함을 먼저 보게 하는 훌륭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자선사업 역시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장애이닝 최대한 불쌍하게 묘사될 때 소위 자선사업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사랑의 리퀘스트’와 관련하여 본 필자가 이야기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세계사 속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더욱 슬픈 것은 이러한 역사 중 몇몇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지적장애인의 부모 중 일부에서 지적장애인의 불임시술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제정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한숨 나오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것이 바로 장애학이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장애학의 원칙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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