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이야기 마당 2>
2015 리더 워크숍 ‘힘 있는 여성장애인, 세상을 바꾼다’에 참여하고...
- 전혜련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중간지역에 위치한 대전여성장애인연대라는 ‘특혜’로 거의 대부분 회의를 홈그라운드에서 참여하다 이번에 부산으로∼! 부산여장연이 제공해준 차량으로 편안히 숙소에 도착했다. 어릴 적 이후로는 처음 온 도시! 세미나실 창밖을 보니 해운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빛바랜 사진 속 40년 전 해운대 바다에서 수줍게 웃던 장애소녀가 이렇듯 중년의 나이에 여성장애인 리더 워크숍에 와,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남다른 감회가 밀려왔다.
그도 잠시.. 결코 녹록치 않은 주제의 장시간 교육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창립 16주년을 보내고 있는 시기에 ‘여성장애인 세력화를 위한 전략’, 연합의 태동과 역사를 돌아보며 리더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여성장애인 리더의 길’이 그 내용이었다. 1999년 창립 이래 교육, 폭력근절, 모성권, 자립생활, 노동권, 법률 제ㆍ개정운동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여성장애인의 인권 향상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해온 연합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간 꼼꼼히 챙겨놓은 사진영상을 통해서도 오랜 세월 헌신하며 여러 선배들의 땀과 노고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정체성과 전문성을 찾는 것이 리더의 길이며 특히 그를 위한 치열한 노력은 온전힌 자신의 것이라는, 전 상임대표이기도 하셨던 장명숙 강사님의 비장한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면서도 부담감이 백배∼!
저녁에는 숙소에서 부산 회를 함께 맛보며 각 지역 대표들의 허심탄회한 속내 이야기 나누기로 밤 깊어가는 줄을 몰랐다. 다음날 아침 ‘그래도 바닷바람은 쐬 보고 가야한다’며 같은 방 대표님들와 아주 잠시 해변을 구경한 후 이사회를 마쳤다. 이어진 일정으로 부산여장연 조직순회에 참여하여 주인장들이 마련해준 맛난 점심을 먹고 조직 및 활동현황을 공유하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 사랑의 집 회원조직을 운영해가는 부산지부 회원들의 밝은 에너지를 여운으로 간직하며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 역사 마당 바로 옆에 위치한 사무실이 못내 부려워 살짝 시샘이 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의 많은 과제들도 남긴 2015 여성장애인 리더 워크숍! 여성장애인 세력화를 앞으로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지, 여성장애인 보호를 위한 법과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지만 우리들 삶의 질은 과연 그만큼 나아졌는지 다시 한 번 세심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워크숍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지난 19대 국회 4명의 장애인 국회의원 중 여성장애인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 여성장애인 세력화는 오로지 우리 당사자들이 이루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워크숍에서의 다짐처럼 전국의 수천 명 여성장애인들이 동지애, 자매애로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으면 길이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이 시점이야말로 꺠어있는 우리 리더들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