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
박근혜정부 장애인공약 중간 이행평가의 문제점과 향후방향
- 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
장애계는 지난 2012년 제18대선을 앞두고 대선장애인연대를 구성하고, 장애인당사자들의 요구를 아젠화해 각 정당의 대선후보에게 제시했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후보는 대선장애인연대와 정책협약을 맺고 장애계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장애등급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등 10가지의 요구를 공약화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고 실효성 있는 공약의 실현을 위해 장애계는 정책토론회, 정부와의 정책 협의, 때에 따라서는 기자회견, 집회 등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며 공약의 이행을 요구했다. 집권 3년차로 임기 중간 시점에 접어든 올해, 유권자들과 약속한 공약의 이행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간점검이 반드시 필요했다. 장애계는 점검을 통해 남은 임기동안 공약의 성실한 이행 촉구는 물론 향후 공약이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 44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박근혜정부 장애인공약 이행 중간평가 연대’를 구성하고, 공약에 대한 분석보고서 작성은 물론 공약 이행 정도에 대한 장애계 만족도까지 조사했다.
결과는 기대한 것과는 달리 ‘낙제’수준이다. 장애인공약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정도는 5점 만점에 1.94점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공약별 분석고서를 기반으로 중앙 및 17개시도의 장애유형별・목적별 장애인단체 332개 단체가 참여했다.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공약의 대부분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중 발달장애인법 제정 공약만이 유일하게 완료된 상태로 지난 11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장애계는 물론 정부의 국정과제 제1 현안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등급제 폐지 및 개선’(1.87점)공약으로 박근혜정부의 장애인공약 중 가장 낮은 이행 만족도를 보였다.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 정부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사회보장기본계획 수립 등에서 폐지를 확정하고 선언한바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폐지가 아닌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하겠다는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발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현재 6개 자치단체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지역을 확대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채 유일하게 공약 자체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가장 낮은 이행 만족 정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표1] 박근혜정부 장애인공약 이행 중간평가 결과
그러나 장애인공약 중 가장 높은 이행 만족 정도를 보이고 있는 ‘발달장애인법 제정’ 공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은 박근혜정부의 공약 중 가장 먼저 이행을 완료 했지만, 이행 만족정도는 2.51점으로 역시 ‘낙제’ 수준이다. 발달장애인법은 법의 제정과 실행과정에서 당초 장애계가 요구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법 시행 이전부터 발달장애인의 소득보장, 주거, 주간활동 및 돌봄 등의 주요 내용에 대한 법률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장애인공약 이행 중간평가 결과는 전체적으로 실망을 넘어 상실감을 주고 있다.
이번 공약평가에서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여성장애인이다. 짐작하듯이 박근혜정부에서는 평가할 수 있는 여성장애인공약이 없다. 여성장애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 대표적 사례이다. 장애와 여성, 빈곤으로 인한 다중적 차별과 소외로 인해 모든 사회지표에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계층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여성장애인의 복지와 권익증진을 위한 공약은 제대로 찾아 볼 수 없다. 그 결과는 2016년도 정부예산안에서 나타났듯이 정부는 복지재정 효율화와 중복사업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사업을 통폐합하고, 여성장애인 예산을 대폭적으로 삭감했다. 다행히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일부 되살아났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처럼 열악한 현실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의 아젠다 발굴의 중요성과 이를 공약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약속하며, 240만 장애인유권자와 공약을 약속했다. 집권 3년차인 지금. 장애인복지는 곳곳에서 후퇴와 정체가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장애계의 요구를 수용한 공약은 장애인당사자들의 욕구였으며, 이를 수용한 대통령을 믿고 대선에서 240만 장애인유권자들이 지지를 아끼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약이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공약이행을 위한 공약별 향후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보다 완성도 높은 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차원의 모니터링과 공약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공약 추진 시 장애계와 소통을 통해 대안을 함께 모색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과 같은 현 정권의 공약과 정반대의 길로 역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