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이야기마당 & 활동가 이야기 마당
아시아태평양 여성장애인 리더들이 만나다!
- 권순기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오늘은 아시아태평양 여성장애인리더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두른 아침 7시, 대구의 활동가들이 하나, 둘 사무국으로 모였고 스타렉스와 베르나 두 차량에 나를 비롯한 11명이 나누어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영종도까지 예상 소요 시간만 5시간…. 꽤나 먼 여정이었지만 달리는 고속도로 옆의 산과 들판이 깊어가는 가을을 말해주는 듯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누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풍경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영종도 인천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인천 영종스카이리조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여성장애인들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전국 지부 활동가들이 참석하였다.
11월 4일부터 3일간 이곳에서 2015년 아·태 장애인대회가 2개의 대회로 열린다. 대회1은 2015년 아태여성장애인리더쉽포럼이고 대회2는 제4회 APDPO United Conference가 개최 되는 것이다.
APDPO 사무국장인 사왈락(Saowalak, 태국)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왈락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벤트나 사전행사가 아니라 본 행사로 공식적인 여성장애인 리더십 대회가 이루어지는 의미에 대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진정한 주류화이며 최초라는 것에 힘을 주었다.
첫째 날에 먼저 2015년 아태 여성장애인 리더십 포럼을 세션1 세션2로 2015 아시아 태평양장애인대회를 시작하였다. 첫째 날 세션1에서 락시미 기미레(Laxmi Ghimire, 네팔 카투만두 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사) 티니러닝대 교수는 네팔에는 장애인복지카드가 중복장애인에게는 빨간색, 중증장애인에게는 파란색, 중도장애인에게는 노란색, 경증장애인에게는 하얀색 카드가 발급되며 장애인이 51만 3천명이 살고 있으며, 국민의 1.94%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장애인의 교육, 건강과 재활, 고용, 소득보장, 정보기술, 재난관리시스템, 편의시설 등 접근성 등이 너무나 열약하고 장애인을 낙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특히 남아존중사상이 깊어 성차별로 인하여 여성장애인은 생존 기회조차 낮다고 하였다.
조세핀(Josephine. S.) 필리핀 장애인협회 회장은 "필리핀 국가여성역할위원회가 있어 여성의 완전한 사회통합과 양성평등을 추구하고 있는데, 헌법 제2조 14항에는 국가건설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양성평등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근로여성을 보호하는 하위법들이 있다"며 성폭력피해자 보호법, 인신매매방지법, 여성·아동폭력 방지법, 결혼중개업금지법, 성차별을 철폐한 가족법 등을 예로 들었다. 헌법에서 국가건설을 기본적 목표로 국민을 대한다는 것이 인상적이고, 결혼중개를 금한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달라 보였다.
아시파 무사에바(Asipa Musaeva) 키르키즈스탄 장애인연합회장은 키르키즈스탄에는 17만의 장애인이 있으며, 장애인권리협약은 서명만 하고 비준은 아직 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최근 국회의원의 2%를 장애인으로 하는 법이 통과됐고, 장애인단체들의 노력으로 고등학교 학생의 2%를 장애인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정책을 통과시켰다고 소개했다. 장애인의무고용을 5%로 정하고 있는데, 근로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여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현실도 보고하였다.
연이어 한국의 연사로 나선 유영희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가 현재 여성장애인의 인권과 실태에 대하여 장애인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하여 보고하며 2010년에 장애인국가계획을 수립하였고, 2011년에는 권리협약을 비준하였으나 여전히 국민들은 여성장애인은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올해 장애인법을 제정하였으나, 이 법에서도 여성장애인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아 주류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세션2 솔루션 토의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현황과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활동이 계기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한국에는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지원을 하는 성폭력상담소가 24곳이고 피해자가 갈 수 있는 쉼터가 11곳이 개설되어 있는데, 부족한 실정이며 2년이 지나면 퇴소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상담소는 2곳 밖에 없고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쉼터는 1곳밖에 없는 실정이라 확대되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성폭력 상담원은 1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교정하기 위해 집단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성장애인들의 운동으로 피해조사에서 진술녹화제도를 도입하여 재조사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하였고, 전담검사제를 도입하게 했으며, 진술조력인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간병, 의료, 법률 지원과 더불어 경제적 자립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성폭력 긴급 상담은 전화 1366으로 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도에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먼저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의 지원을 위해 시작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성폭력피해자를 위해 지원현황과 정책들도 변화되고 있어서 한국 상황에 대해 발표를 함으로써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연이어 히라노 미도리(Hirano Midori) 일본 DPI 회장은 1986년 여성장애인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우생보호법 철폐운동을 전개한 사실을 소개했다. 당시 시설로 보내면 낙태나 불임수술을 조건으로 했던 것이다. 일본 DPI 여성네트워크가 2012년 여성장애인의 삶의 실태를 조사했는데, 35%가 성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장애인기본법에는 여성장애인은 언급도 없고 차별금지법에만 나오는 정도로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과 필요한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만다(Samantha French, 호주 DPI 권익옹호 매너저) 씨는 "법에서 여성장애인을 그저 폭력금지 수준으로만 다루고 있어 다양한 지원책이 보장되도록 여러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호주는 장애인이 20%이므로, 여성의 20%가 장애인"이라고 했다. 호주의 상황에 대한 질의에서 사만다는 성년후견제로 인하여 자기경정권이 보장되지 않아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법 앞의 평등 조항은 호주는 유보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낙태는 매우 엄격한 조건에서 허용된다고 하였다.
세션2 발표 후에 참가자들이 호주의 여성장애인들의 삶에 대해서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 점에 대하여 궁금해 하며 질문하였다.
여성장애인 리더십 포럼의 둘째 날은 그룹토의를 통해 APDPO의 여성분과 설치를 위한 준비모임이 이루어졌다. 그룹 토의 후 결과발표에서 국제협력에서의 정보공유와 교류를 통한 상호강화, 교육 등 다양한 여성장애인의 정책 이슈화하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SNS를 활용한 장을 열 것을 제안하였다.
2박 3일 동안 각국의 여성 장애인의 이슈현황에 대해 국가리포트, 여성장애인을 위한 솔루션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APDPO에 여성분과를 설치하기 위한 그룹토의와 편의시설과 국제협력에 관한 사이드이벤트 강의가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아시아태평양 장애인대회에 여성장애인분과를 신설하는 계기도 되었고 한국여성장애인운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아시아태평양의 여성장애인의 상황과 제도 정책들을 공유하고 나아가 협력하고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환이 되었다. 이 순간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여성장애인 연대활동을 통하여 여성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여성장애인의 인권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수립에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2박 3일의 짧지 않는 대회기간동안 세밀한 부분까지 대회 준비를 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영희 상임대표와 활동가 모두에게 수고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