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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안’제정의 필요성과 향후 활동 방향
-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사무총장
2015년 7월 24일자로 김춘진 의원 등 13인의 발의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 제2호에서 “2.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고 규정하여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동법 제15조에서는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다른 종류의 장애인들이 누리는 각종 장애인복지시설이나 서비스의 이용에서 제외되어 있다. 또 15개 장애유형 중 정신장애인만 보건복지부 내 담당부서가 정신건강정책국이고, 나머지 14개 장애유형은 장애인정책국이 담당부서로 되어 있어 장애인 복지 업무가 이원화되어 있다.
이러한 장애인복지법의 내용은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을 타 장애인과는 달리 장애인으로 보다는 환자로 분류하여 보건의 측면에서 진료나 장기요양의 대상자로만 취급하고 장애인으로서의 권리, 복지에서는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장애인복지에서의 차별은 1995년에 제정되고 1997년부터 시행된 정신보건법에 그 원인이 있다. 정신보건법이 시행된 이후 정신의료기관의 설립이 늘어나고 정신의료기관에 정신장애인의 입원이 증가하였다. 우리나라는 「정신보건법」재정에 대한 관심이 1960년대 이후로부터 시작되었으며, 196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학협회가 공동 심의하여 정부에 상정한 것이 처음으로 「정신보건법」입법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부족을 이유로 기각되었으며, 그 후에도 두 차례 법안을 상정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1980년대 ‘기도원사건’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가 언론을 통해서 사회적인 이슈화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다시 「정신보건법」입법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신질환자 수용소나 기도원을 양성화함으로써 정신질환자를 격리하여 사회를 보호하려는 치안목적을 내포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문가 단체들이 반발하였고 결국 입법이 보류되었다. 잠잠하던 「정신보건법」제정에 박차를 가한 것은 1991년도에 ‘거성관 나이트클럽 방화사건’과 ‘여의도 광장 질주사건’으로 법무부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건으로 연관시켰고, 범죄예방차원에서의 「정신보건법」제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국회에 계류되어있던 보건복지부가 만든 「정신보건법」안이 1995년 12월 30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1996년 12월 31일 시행령, 1997년 2월 24일 시행규칙이 각각 공포되어 「정신보건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최초 관련 법안의 입법논의가 시작된 지 30여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정신보건법을 제정할 당시는 당시 사회복지시설이나 기도원 등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장애인들에 대하여 인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정신보건법의 내용은 대부분 정신의료기관이나 요양원의 설립과 정신보건전문요원에 관한 규정,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의 입원의 절차에 대한 규정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정신보건법은 명분과는 달리 지역사회나 시설에 있던 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수용하는 시설수용화의 기재로 작용해 오고 있다.
최근까지 통계에 의하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는 8만여 명, 정신요양원에는 15,000여명이 장기간 수용되어 사실상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병원이나 시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독점에 대하여 OECD도 한국의 정신건강시스템에 대하여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의 정신건강은 정신병원이 독점하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OECD가 분석한 내용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현재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부분의 예산은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진료를 포함한 진료서비스에 대한 의료보험 또는 의료보호의 재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이나 시설,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자에 약 2조원의 비용이 지출이 된다면 후자를 위한 예산은 20분의 1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신장애인의 복지지원을 비롯하여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독립하여 생활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은 매우 시급한 것이었음에도 논의되지 않다가 이번에 국회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뒤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9월 대한민국에 대하여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심사를 마친 후 최종견해에서 “장애인복지법의 장애결정과 장애등급시스템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의료적인 평가에만 의존하고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고려하고 정신장애인을 포함 모든 종류의 장애인을 망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장애인서비스와 지원을 받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데 우려한다. 위원회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결정과 등급제시스템을 검토하여 장애인의 특성과 환경 및 욕구에 따라 개별화하고 복지서비스와 장애인지원이 정신장애인들도 그들의 요구에 따라 포함되도록 확장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지적하고 권고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복지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이 부당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그 시정을 권고하였다.
정신장애인이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제도 및 관행에 의한 차별과 편견은 장애를 이유로 부당하게 겪고 있는 비인도적인 냉대이며 정신보건법을 제정한 후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정신의료기관과 시설 및 관련자들의 이익과 정신장애인의 가족, 방치하고 있는 정부당국에 의한 인권침해이다.
이번 법안은 정신보건법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였고 법안의 통과를 위하여 9월 2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주도가 되어 법안을 제정하는데 참여하고 그 통과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자기옹호활동을 하는 것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무시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권리주장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태도에서 탈피한 것으로서 향후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현 등 큰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장애인권리운동에 있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