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서브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여장연 웹진

59호

59호
(포커스 2) 4월 총선과 여성장애인의 삶

Focus 2

4월 총선과 여성장애인의 삶
 -
선승연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국회에서 야당의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가 한창이었던 지난 226일 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한 지적장애인 여성이 무려 7년간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성적 학대를 받으며 노예생활을 해왔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이를 취재한 기자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여성 지적 장애인에 대한 노예노동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는, 피해자가 국가와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렇듯 여성장애인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의 악조건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이중의 차별적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 제도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고립된 채 성장기를 보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여성장애인 대부분은 또다시 교육을 받지 못한 이유로 사회참여의 기회를 차단당해 왔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장애인 중 무학이 21.0%로 남성장애인 4.7%에 비해 저학력 비율이 약 5배가 높고, 1주일간 취업활동을 한 여성장애인은 22.8%로 남성장애인의 46.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 가구의 소득수준은 전체 여성장애인의 3분의 1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은 장애인복지서비스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용경험이 낮고 교육, 복지, 고용, 각종 폭력 예방 등 그동안 관련 정책의 수혜범위에서 소외되어 왔다. 다시 말하자면 평생 기본적인 권리보장의 기회가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사건의 피해자처럼 온갖 차별과 폭력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장애인은 오랫동안 숨겨진 존재였다
. 지난 10여 년은 비로소 여성장애인들 스스로, 국가와 사회-가족도 물론이거니와- 전체가 외면하고 고의로 숨겨왔던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집단적인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의 문제가 세상에 나와 해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젠더적 차이가 간과된 채로 장애인 일반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거시적 담론에 묻히거나 무시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등 기존의 법률은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며
, 여성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전담하는 별도 추진체계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200612월 통과된 UN의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여성장애인에 관한 내용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으며, 여성장애인의 문제를 인식함과 동시에 기존의 장애인 정책 및 장애인 관련 법령 등을 성인지적으로 평가하고 여성장애인을 위한 정책과제를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여성장애인 차별 금지에 대한 내용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기는 하다.

  여성과 장애
, 빈곤이라는 다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여성들은 그럼에도 장애인정책 설계에 있어 성차별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 제대로 된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집행과정에서도 여성장애인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많은 장애여성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와 여성으로 받는 차별이 이중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확대되어야 하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여성장애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장애인기본법의 제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번
4월 총선에 즈음하여 여성장애인기본법은 반드시 요구하고 관철시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여성장애인기본법을 바탕으로 성인지적 장애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여성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정책을 세우고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장애인기본법을 통해 행정부처 내 여성장애인을 지원하는 전담하는 행정체계가 설치되어야 하여, 여성장애인들의 구체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가 이루어지고, 연구결과를 통해 장애등급별로 설계된 기존의 장애인정책과는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정책이 마련되어야만 여성장애인들에게 맞춤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장애인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맞춤한 복지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가사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행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역·소득·장애정도에 관계없이 이들의 여성으로서의 모성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산전산후 건강관리 및 출산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후조리()도우미, 자녀 출산 후 자녀양육 및 보육, 자녀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도우미 지원 역시 제공되어야 하며. 가사도우미 파견을 통해 가사 일을 지원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 22.8%에 불과한 여성장애인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높여, 고용률에 여성장애인 고용할당률(50%)을 강제화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들의 공동작업장 설치 및 창업지원, 장애유형별 맞춤식 직업훈련 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의 교육률이 낮게 나타났으므로 평생교육 지원을 통해 교육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취업과 진로에 필요한 전문교육 및 평생교육의 지원이 요구된다.

  넷째
, 여성장애인의 경우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므로, 각종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의 자립 및 가족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 여성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여성장애인기본법의 제정은 여성장애인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인 차별에 공감함으로써 이중의 차별적 상황을 없애고 여성장애인으로써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 지난해 123일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201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장애인의 생존권이 달린 주요 예산들이 실제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에 그치거나 삭감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계 모두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상황이기는 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54월부터 '재정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복지 구조조정 정책을 펴왔다. 20155월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조정을 통해 연간 3조 원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며10대 분야 재정개혁을 발표했다정부는 이 중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복지재정 삭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으며,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 의결하여 총 1,496, 예산 규모가 약 1조 원에 이르는 지자체 자체사업을 정비할 것을 지시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복지부 예산은 이런 정부의 기조를 반영하듯 대부분 정체 또는 삭감되었다.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 여성장애인기본법 만큼은 여성장애인정책의 기틀이 되는 법안인 만큼 꼭 제정되어야만 한다. 여성장애인들이 오랫동안 장애인복지 프로그램의 대상자로만 머물러왔다. 이제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직화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힘을 길러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투쟁을 통해 자신들 삶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해나갈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힘은 오직 전(}장애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장애계 운동단체들과의 견고한 연대를 통해서 얻어질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성학대사건의 피해자가 왜
7년을 견디며 살았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인생은 원래 이런 건줄 알았어요.”

  우리도 삶이 이런 건줄 알고 그냥 살까?
  그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22 이룸센터 4층 2호 (우 07236)
Tel. 02) 3675-9935, 02) 766-9935     Fax. 02) 3675-9934     E-mail : kdawu@hanmail.net     홈페이지 유지보수 : 그루터기
COPYRIGHT(C) 한국여성장애인연합,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