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당당히 서자!
- 유영희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2016년의 시작은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세월호는 아직도 9명의 실종자와 함께 44미터 깊이의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희미해져만 갑니다. 소녀상을 지키려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위안부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192시간 25분이라는 필리버스터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은 많은데, 소명감을 가지고 여성장애인을 대변할 인물은 누구인지 그저 안개속입니다.
정국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우리가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희망입니다. 작년보다는 올해,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는 우리의 소망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우리의 소망입니다. 한국여장연이 첫발을 떼던 1999년이나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장애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우리의 모토는 변한 적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성장애인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당당히 서야 할 때입니다. 누군가가 끌어주고 밀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형 인간이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몸을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주는 이는 아무도 없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회구성원이 되어 여성장애인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한국여장연 동지 여러분! 2016년 부디 건강하시고, 부디 행복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와 행복이 조직을 바꾸고 나아가 모든 여성의 삶을 바꾸며 더 나아가 이 땅의 역사를 바꿉니다. 우리는 오늘, 그 역사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명자임을 기억합시다.
올해 한국여장연의 중점사업의 첫 번째는‘여성장애인 건강권확대’입니다. 지난날엔 다소 어그러지고 눌린 몸과 마음이었더라도, 올해는 가슴과 허리를 쭉 펴고 올곧은 몸과 마음을 만들어 봅시다. 우리의 건강한 몸과 마음이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되는 것도 잊지 맙시다. 감사와 사랑을 가득 담은 마음으로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제 59호 회지의 문을 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