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시행 10년 여성장애인 차별금지의 현주소
-문애준(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Accessibility 한국말로 흔히 ‘접근성’으로 번역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애물들이 다르다면 그 다른 장애물에 맞는 어떤 조건을 제공해 주는 것,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Accessibility이다.
Accessibility가 필요한 대표적 소수자인 장애인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법적•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 법률이 14개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여성장애인에 관한 조항은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2개뿐이다.
「장애인복지법」의 7조 • 9조 • 11조에 여성장애인에 대한 권익보호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규정에 대해 매우 추상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약칭 ‘장차법’이 시행 10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편견과 차별을 자주 경험하는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주변화되고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들을 감안할 때에 여성장애인의 위치는 더욱 불리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성장애계는 ‘장차법’이 제정되고 제3장 33조와 34조가 여성장애인들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라 기대가 컸다.
'장차법;이 제정될 때만해도 다른 장애관련법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장애인 조항을 담은 장이 별도로 마련된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여성장애인의 한사람으로서 ‘장차법’에 의해 우리 사회의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의 유형과 폭이 조금은 달라지고 좁혀지리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 여성장애인과 비장애여성, 여성장애인과 남성장애인이라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요인에서 교차되는 다양한 차이들로 인한, 차별 및 권력과 위계 속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10년 전 차별을 금지하는 근거법률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법률이 사문화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실효성이 있는 법률이 되도록 하는 보완과 개선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약칭 ‘장차법’에도 여성장애인에 해당한 조항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또한 아주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조항으로 명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차법’ 시행 10년을 맞아 보다 적극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법률 개정을 통한 여성장애인 차별금지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선행된다면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인식개선과 사회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 중 어떤 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다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아주 눈에 띄는 방식으로 다르다.
우리는 때때로 우연히, 때때로 선택에 의해, 모두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발로 이동하는 반면, 다른 이는 휠체어를 사용하여 혹은 다른 방법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자신의 가족 안에서조차도 그러하다.
우리는 ‘장차법’ 시행 10년을 맞아 장애해방운동과 여성장애인운동이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되어 왔고, 장애인 운동의 의식화와 조직화는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 기억해야 한다. 장애와 여성장애인을 향한 다양한 수위의 차별과 혐오, 배제, 폭력 등이 하나의 맥락으로 뒤섞여 있는 지금, 우리는 사회구조적 문제해결에 대해 집중함으로써 무엇이 장애의 개념을 구성하고, 누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장애인이라 호명되며, 장애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내리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새로운 운동방향을 조직하고 그에 따른 제도와 법률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