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별 문화추천>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82년생 김지영]
-유영희(수필가, 지체장애)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이, 1000만뷰 돌파기념 팬미팅 현장에서 한 팬이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리더인 ‘아이린’이 ‘82년생 그거 읽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 한마디에 일부 팬들은 아이린이 남성혐오 페미니스트를 선언했다는 억측을 내놓기도 했으며, ‘아이린’의 사진을 불태우는 과격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도대체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책이기에 단순히 책을 읽었다는 자체로 논란에 휩싸이는지 들여다보자.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는 1978년생으로 시사교양프로그램(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 아침)의 작가로 활동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82년생인 며느리가 책을 빌려줘서다. 서로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작가와 며느리 그리고 나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작가 조남주를 보았고, 시부모께 다섯 살 아이를 맡긴 미안함과 피곤에 절은 체 늘 동동거리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큰며느리와,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꽤 잘나가던 제약회사 연구원직을 그만 둔 둘째며느리를 보았다. 뿐만 아니라 육십 해 가까이 이 땅에서 여성이기에 내가 겪어야 했던 차별을 고스란히 보았다.
읽는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음을 깨닫고, 대부분의 남성은 반감을 품는다. 특별한 메시지가 없지만 여성으로 생애주기별 겪는 차별이 담담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남성도 이 책을 접하면 마음의 불편을 토로한다. 그러기에 “아이린”은 책을 읽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논란거리가 된 것이다.
여자는 그렇게 사는 거라고 체념한 여성이나 그릇된 관념의 남성에게,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권한다. 줄거리는 필히 여러분이 화자가 되어 파악하길 권하며, 책 속,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관한 몇 부분을 옮겨본다.
‘하지만 김지영 씨는 그날 아버지에게 무척 혼났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 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 한국 여자랑 결혼 안 하려고.”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던 지영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산책에 나갔다가, 고작 한잔에 1,500원 하는 커피를 마시다가 옆 벤치에 앉은 남자들로부터 맘충이라는 벌레 취급을 당한다. 우리의 지영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책의 뒤표지에 있는 글귀로 이 책의 소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