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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66호

66호
(여기, 지금, 우리2)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 실태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 실태
-정차선(경남여성장애인연대 부설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경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에서 여성장애인성폭력사건의 상담과 수사법적 및 의료지원, 기타 필요한 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급히 피해자와 가족에게 연락하여 방문상담 일정을 잡는다. 이번 사건은 또 어떤 피해일까, 피해자는 지금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을까, 마음이 급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우리사회에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사라질 수 있을까? 정녕 성폭력이 없는 안전한 세상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여성장애인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기원하며 수년간 밤낮으로 뛰고 또 뛰었지만 우리들의 노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담원으로서의 자괴감마저 드는 이러한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나는, 우리는, 사회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우리는 개선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안고,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매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은 2,494,460명이고 그 중 여성장애인은 약 105만 명 정도라고 한다. 여성장애인은 우리 가족 속에, 이웃 속에, 사회 속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여성장애인은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여성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부족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권리를 침해, 박탈당하고 있으며, 특히 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엄청난 성폭력과 성학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장애인성폭력이란 가해자 자신의 성적인 만족을 위해 힘과 지식 등의 차이를 이용하여 장애인에게 행하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현재 전국에는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24개소가 있으며, 이 상담소에서 매년 약 3천여 명의 장애인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6년 장애인성폭력 상담통계를 보면, 총 28,203건의 상담이 이루어졌고 그 중 전화상담 14,281건, 방문상담 7,494건, 내방상담 4,958건으로, 상담원들이 피해자를 대면상담한 경우가 12,400여 건 넘게 진행되어,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상담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자는 총 3,038명이었고 강간 피해(1,509명)가, 성추행 피해(1,211명)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 이는 가해자가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친밀감으로 포장한 후 교묘하게 성폭력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에 성추행 단계를 넘어 강간피해까지 진행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의 장애유형을 보면, 지적장애인(2,321명)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정신장애(176명), 지체장애(169명), 뇌병변장애(101명)이고, 청각언어장애인과 시각장애인도 다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 피해자 대부분은 경도 지적장애인으로,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방임되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적장애인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하고 성폭력과 친밀감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함으로 인해 성폭력에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대방의 친절과 관심이 자신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신뢰를 가지게 됨으로써 자신이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의 연령은 19세 이상 60세 이하의 성인이 가장 많다. 이는 성인이라 할지라도 지적능력의 장애로 인해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하고, 성폭력과 친밀감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가해자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여 성폭력에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애인성폭력 가해자는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장애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옹호해 주어야 할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이웃, 선생님, 동료들이 여성장애인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여 여성장애인의 성적인 권리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소의 2017년 상담통계를 보면, 장애인성폭력 상담건수는 2,911건이었다. 한 해 동안 상담이 접수된 장애인은 101명이었으며, 지속상담을 하고 있던 인원과 합치면 약 200여명의 장애인에 대하여 상담 등의 필요한 지원을 하였다. 전국적으로 매년 엄청난 숫자의 여성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성폭력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 실태로 볼 때, 우리사회는 여전히 여성장애인의 성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장애인은 성폭력 피해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위험천만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에게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그 교육이 실생활에서 적용되고 실천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안전한 생활을 위한 교육과 위험한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을 장애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기보다 장애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장애인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입과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다각도로 확대되기를 기대하며, 무엇보다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 전용 쉼터가 증설되어 피해자들이 피해 후유증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모든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가 안전한 세상에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열풍에 힘입어 여성장애인들도 여기저기서 ‘미투’를 외치고 있다. 덕분에 숨겨져 있던 성폭력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로 숨어있던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이 더 많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기대하며, 세상을 향해 미투(# Me Too)를 외치는 그들과 함께 우리는 위드유(# With You)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응원과 지지의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055-241-5041 / 5041s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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