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과 장애소녀의 인권증진을 위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김미연(장애여성문화공동체 대표)
지난 2007년 12월, 유엔은 세계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의 역량강화와 인권 증진을 위한 각 국 정부들의 책임을 묻는 장애여성 조항이 포함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장애인협약)을 제정하였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유엔 매카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인권법에 장애여성과 장애소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의미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성정책에서 누락되어 온 장애여성과 장애소녀
그 동안 여성의 인권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1980년대에 제정되어 비준한 당사국들의 여성 정책에 진전을 있게 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이하 여성협약)에서 조차 장애여성과 장애소녀의 차별금지와 인권 보호는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미명 아래 가려져 왔었다. 젠더 관점을 갖추고 제6조 장애여성 단독 조항을 가진 장애인협약 제정으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의 사회개발과 인권 보호는 이제 더 이상 각 국 정부들이 회피 할 수 없는 의무로 인정되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여성정책과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의 시대
유엔 매카니즘은 유엔인권협약들의 연계성을 추구한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여성협약과 그 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비준 국가들이 여성 정책에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각 국의 장애여성들은 자국의 여성협약 이행 과정에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여성 정책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30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의 5. 여성과 소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성 평등 내용 속에서도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No One Behind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목표’란 슬러건 등을 통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각 국 정부의 이행 노력의 영역들
이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의 역량강화와 인권 증진 그리고 차별철폐는 장애인협약, 여성협약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등을 통해 당사국들의 실제적인 국가 정책 목표가 되었다. 그렇다면 유엔을 기반으로 인권과 개발의 새로운 진전을 이루기 위한 각 국 정부의 구체적인 이행 노력의 영역들은 무엇일까?
장애인협약은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겪는 복합차별에 주목시킨다. 여성과 장애로 인한 차별은 상호 교차적이며 그녀들이 겪는 차별은 전 생애를 거쳐 연속적이며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보다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당사국들의 노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양성평등을 장애정책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의 학대와 폭력 그리고 착취 등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강조하고 당사국들의 실질적인 폭력방지와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책임을 묻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관습과 사회 인식 등에 의해 차별에 처함을 호소하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
여성협약을 통해 이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은 모든 여성을 위한 여성정책에서 어떻게 그녀들을 배제하고 있지 않고 포용(Inclusive)하고 있는지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더 이상 장애인과 장애아동이 아닌, 여성과 소녀로서 여성정책에서 주류화 되는 과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여성 정책이 모든 여성들을 포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들을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하는 다양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2030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는 무엇보다 양성평등이 큰 가치이다. 또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고려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개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될 수 있다. 이는 교차적 속성을 갖는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의 인권 문제가 여성과 소녀의 양성 평등한 개발 목표에서 누락되지 않는 세밀한 이행 전략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우리, 장애여성과 장애소녀 당사자들의 당면한 과제.
이 시대를 사는 전 세계 5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은 인류역사 이래 가장 강력하게 해석 될 수 있는 유엔을 기반으로 한 국제인권법 보호망과 개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을 비롯해 그 어느 나라도 이러한 유엔 매카니즘을 활용해 정부의 현실적인 이행을 독려할 수 있는 장애여성과 장애소녀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 이 지구상에 단 한 국가도 없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인협약에 제6조 장애여성 조항을 이끌어낸, 우리 한국 장애여성들에게 여성협약과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배제되지 않을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며, 세계 장애여성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연대하고 진전해 갈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