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마당 2>
제12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를 다녀와서
-김양희 (사)대구여성장애인연대 사무팀장
여성장애인 정보문화권 확보를 위해 “여성장애인 문화의 바다에 풍덩 빠지다”를 주제로 7월 23~24일 양일간 열리는 제12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부터 회원들의 도착을 챙기고, 오고 갈 때 차량에서 먹을 간식과 휠체어 등을 차량에 싣느라 실무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출발한지 1시간가량 지났을까. 차창 가에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빗줄기가 굵어져가기 시작했다. 장마라 해도 대구는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아 장마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제야 장마라는 생각이 나며 이 비속에서 무사히 서울 올림픽파크텔에 도착하길 바랐다.
계획대로라면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올 예정이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차안에서 맞추어 온 도시락을 먹기로 하였다. 차안에 반찬냄새가 베일텐데도 쾌히 그러라 하신 운전기사님이 그렇게도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지칠 줄 모르는 빗소리 속에 대회 장소에 도착해서 책자와 옷을 받아 회원들과 나누어 옷을 갈아입으니 이내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오프닝 축하공연으로 우리 대구지부의 활동가이자 장애인댄스스포츠 국가대표인 장혜정 상담팀장이 파트너와 함께 멋진 춤사위로 공연을 펼치자 여기저기에서 함성과 박수가 퍼졌다.
지부소개와 함께 권순기 상임대표님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권순기 상임대표님은 대회사를 통해 ‘장애인복지법에는 문화생활에서의 장애차별을 금지하지 있고, 장애인의 문화적 욕구와 권리를 채워나갈 수준까지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화적 권리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이며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중요한 권리이며 여성장애인에게도 간과 돼서는 안 될 기본권’이라고 지적하고 강조했다.
곧이어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공동대표이신 (사)한국시각장애인여성회 조성옥 대표님와 한국청각장애여성회 안영회 대표님이 우리의 8가지 요구가 담긴 ‘여성장애인 정보문화권 확보를 위한 권리 선언문’을 낭독하고 다함께 결의에 찬 박수로 선언문을 채택했다. 우리는 권리 선언문을 통해 여성장애인의 정보문화권과 정당한 편의의 보장과 장애인의 문화권리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방안을 수립하고 예산을 대폭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게 1부를 마치고 각 지부에서 준비한 문화마당이 펼쳐졌다. 풍물과 시낭송, 중창, 연극, 오카리나연주, 뇌 체조, 합창 등의 다채로운 공연에 빠져들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문화페스티발이 열렸다. 초청가수들의 축하공연은 여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던 것 같다. 회원들의 즐거운 모습을 함께 어울려 신나는 한때를 보냈다.
이튿날 아침,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활성화 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자들은 문화향유 전에 ‘문화’ 알 수 있게 장애여성 교육권부터 보장되어야 하며 참가자들은 문화예술은 삶과 자아정체성 정립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내었다.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의 마련, 지체, 시ㆍ청각 등 장애유형에 따른 편의시설 제공 등 꾸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함을 알리며 토론회를 마치고 1박 2일의 일정을 마쳤다.
매년 400여명의 전국에 있는 지부회원들이 꼭두새벽부터 1박 2일의 여정을 준비하여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 여성장애인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자리 한국여성장애인대회.
올해는 문화의 주체자로서의 우리의 가능성을 보이고 만들어가자 하였다. 혹자는 아직 생존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기상조라고 비웃을지라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적인 성장이 자양분으로 작용하여 개개인의 삶을 반짝이게 만듦을 알고 있다.
대회를 마치고 숨차게 이어진 1박 2일의 노곤함을 싣고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문화의 소비자에서 문화적 생산자와 주체자로서 우리 여성장애인의 모습이 가슴이 벅참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장맛비를 벗어난 차창 밖의 맑은 하늘빛에 미소 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