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 강경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정들었던 충북 활동을 마무리하고 여의도에서 첫 봄을 맞이했습니다.
봄비가 그치길 애타게 기다린 듯 목련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봄소식이 줄을 잇는 참 좋은 계절이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벚꽃, 유채꽃, 진달래가 활짝 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며 다채로운 축제가 시작되겠지요. 지루하고, 힘든 현실을 훌훌 털어버리고 콧바람이라도 쐬러 가고픈 마음 굴뚝같지만 장애 때문에, 가정 때문에, 교통편의 때문에 산책 한 번 나가는 것도 어려운 현실 앞에 올해도 우리의 희망과 꿈을 또 접어야 할까 봐 계획 세우기도 전에 속이 상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연환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며 행복해하는 건 지극히 단순한 일상임에도 우리 여성장애인들은 왜 이리 그 일상이 힘들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요즘 세상살이 참 많이 좋아졌다는데 왜 우린 느끼지 못하는지요.
사람들은 좀 더 인간답게 살고자 수많은 법을 만들고 이를 권리로 누리며 살고 있지만, 여성장애인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은 기록들은 삭제되어 왔고,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오랫동안 여성장애인들의 경험을 이야기해 왔고, 제도적인 보완을 요구해 왔으며, 여성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비장애인들과 당사자들이 열심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험은 역사화 되지 못했고,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누릴 일상들이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기에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린 우리의 인간다운 일상을 위해 ‘여성장애인지원법’을 국가에 요구하려 합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법 없이도 살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우리 여성장애인들은 우리를 지원할 수 있는 법이 없어서 너무 불편합니다.
‘여성장애인 지원법’이 만들어져서 여성장애인들도 봄소식에 설레어하는 날들을 기다리며 기대해 봅니다.
2017년 봄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