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Focus 1>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 및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
- 김소연(한국여성장애인연합 활동가)
2017년은 가정폭력특례법이 제정된 지 20주년 되는 해이다. 가정폭력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물리적 폭행뿐만 아니라 언어적, 경제적, 정서적, 성적 폭력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폭력이 힘과 권력의 관계에서 약자에게 가해지는 행위인 것을 볼 때,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장애인은 가정폭력의 주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장애인에게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차별과 폭력이 은밀하게 자행되어 그 실태나 심각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2006년에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에서 처음 실시한 후 지금까지 어떠한 조사나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장연은 2017년 여성장애인 정책개발조사연구사업의 일환으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17개 지역 432명의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그 두 번째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와 경험, 대응방안, 예방 및 근절을 위한 방법의 내용으로 시각 및 청각, 발달장애인과 심층면접을 진행하여 장애유형별 가정폭력 실태를 파악하였다. 청각장애인은 부모가 억지로 와우수술을 시키거나 수화를 못하게 하고, 발달장애인은 금전적 관리가 안 된다고 수급비를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시각장애인은 안전을 이유로 아무 것도 못 만지게 하며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였다.
여장연은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장애인의 폭력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과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하여 지난 2017년 11월 9일 목요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과 공동주최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하였다.
본 포럼은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에 대해서 같은 목소리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강경희 상임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패널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2016년 전국민 대상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여성가족부)와 2006년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조사(여장연)와 비교하면서,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행위자 중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원으로부터의 폭력이 67.9%로 전국민 가족원폭력 피해율(3.8%)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부설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이상미 소장은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사례 중심으로 여성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 확대와 여성장애인가정폭력보호시설의 확충, 종사자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연구개발센터 이현혜 교수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외국의 가정폭력 개념과 예방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발표하며, 미국, 영국, UN, 유럽에서의 가정폭력은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폭력’이라고 짚어주었다.
이어서 ‘장애여성 성인권교육진흥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는 장애여성 가정폭력 사례를 들며 성인권교육을 비롯해 폭력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한국청각장애여성회 홍정예 활동가는 이금란 수화통역사의 음성통역과 함께 청각여성장애인의 생생한 사례를 들며 청각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실태를 낱낱이 폭로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청각장애여성 당사자를 인권강사로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였다.
또한,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전인옥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동학대 또한 별도로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장애인가족교육을 통하여 장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장애인당사자 또한 인권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정보희 사무관은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상담소 및 피해자보호시설 부족, 종사자 수 부족 등에 대하여 사실을 인정하였고, 추가적인 예산을 위해 노력하며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정폭력방지법에 ‘장애인이나 외국인 대상으로 상담소를 특화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 마련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날 포럼에는 여성장애인, 관련 단체, 언론매체 등 다양한 곳에서 많이 참석하여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여주었고,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으며,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 역할 고정관념과 장애차별 등의 중첩으로 심각한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실태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어야 할 것이며, 정책마련 및 법·제도 개선을 통하여 여성장애인에 대한 가정폭력이 예방되고 근절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