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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65호

65호
(별별별 문화추천)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영화 '블랙'

<별별별 문화추천>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영화 ‘블랙’
 - 유영희(수필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 상임대표)


“내 이름은 미셸 맥날리, 심라에 사는 영국계 인도 집안의 장녀에요. 이건 저와 제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신이 불완전하게 만드셨기에 불운한 운명과 싸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두 사람에 대한…. 저의 세상은 남들과 다릅니다.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는 곳. 그게 제가 사는 세상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죠. 그 세상에 딱 맞는 이름은 바로 <블랙>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잔잔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이는 점자로 쓴 미셸의 이야기를 나레이터가 낭독해주는 것이다.

<블랙>은 2009년에 개봉한 인도영화이며 2017년 재개봉 되었었다. 헬렌캘러의 삶을 기초로 제작된 영화 <블랙>을 검색해보면 ‘전 세계 10억을 울린 영화. 전 세계인을 열광시킨 영화. 미국 최대 전문 사이트 IMDB의 네티즌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밖에 없는 영화. 숨이 막힐 정도로 감동에 넋을 잃은 영화. 호주에서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고 호평하고 있다. 특히 ‘제51회 Filmfare Awards’ 영화제에서는 영화의 상영이 끝난 뒤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영화 <블랙>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인생 최고의 휴먼 감동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내용에 대한 소개는 영화의 서두에 미셸이 자기를 소개한 부분에 모든 함축되어 있다. 부모는 듣지 못하기에 말하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미셸을 교육 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미셸이 여덟 살이 되기까지 하루도 집안에는 사건 사고가 없는 날이 없었다. 요람을 뒤집어 어린 동생이 다칠 뻔한 사건도 있고, 촛대를 넘어뜨려 식탁을 다 태우기도 했다. 통제가 되지 않는 천방지축 딸의 돌출행동에 미셸의 아버지는 딸을 향해 분노한다. 미셸로 인해 온 가족이 죽을 거라고 말하며 딸을 정신요양시설에 보내려고 한다.

미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보고, 미셸의 엄마가 말한다.

“애를 이해하려고 해봐요. 얼마나 고통 받고 있을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숨이 막히겠어요.”

딸의 교육을 포기해버린 아버지의 뜻을 꺾고, 엄마는 특수학교 교사인 ‘데브라지 사하이’를 미셸의 가정교사로 들인다.

글자를 통해 미셸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사하이는, 한 번도 딸을 혼자 둔 적이 없이 돌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엄마로부터 먼저 미셸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한다. 팔목에 글자를 써주며 만지고 먹는 모든 것에 단어가 있고, 의미가 있음을 수어를 통해 알려준다. 말을 할 때 손을 입에 대도록하여 상대의 말을 읽는 법과 외마디 소리지만 소리를 내는 법을 알게 한다.

분수대에서  쏟아지는 뮬을 느끼며 water를 발음하기 위해 미셸이 “워~”라고 말하던 장면, 잔디와 꽃을 만지며 단어와 그 의미를 깨달으며 엄마를 부르기 위해 그리고 아빠를 부르기 위해 “마~! 파~!”라고 하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 감동이다.

사하이를 통해 어둠 속에서 탈출한 미셸은 일반대학교에 진학을 한다. 다른 학생보다 진도가 더디지만 학교는 그녀가 모든 과목을 이수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동생의 결혼식을 치르며 미셸은 자신이 누군가와 사랑할 수 없음에 절망하며 단 한번만이라도 입술을 느끼고 싶다며 키스를 부탁한다. 사하이는 미셸의 여자로서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스승의 품위를 버려 키스를 해주고 한통의 편지를 남긴 후 떠난다.

스승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미셸은 혼자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다. 사라진 사하이를 애타게 찾는 미셸 앞에 어느 날 나타난 사하이. 그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말은 물론 단어조차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하이가 찾아온 곳은 미셸이 처음 물을 느끼며 “워~”라고 입을 떼었던 분수대였다.

대학 졸업식날 그녀는 졸업생 대표로 졸업까지의 과정을 수어로 말하며 스승 사하이에 대해 애기한다.

“선생님이 블랙의 새 의미를 찾아주었습니다, 블랙은 어둠과 갑갑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블랙은 성취의 색이자 지식의 색이고 졸업 가운의 색입니다. 나는 오늘 졸업 가운을 입지 않았습니다. 내가 졸업 가운을 입은 걸 처음 봐야 할 사람은 사하이 선생님입니다.”

미셸은 병원에 있는 사하이 앞에서 졸업가운을 입는다. 이를 보며 모든 기억이 사라진 사하이 눈에 눈물이 흐른다. 미셸의 손을 잡고 비가 오는 창가로 다가간 사하이는 손을 내밀어 비를 느끼며 water의 첫 음절 “워~!”를 외친다.

겨울바람이 차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영화 블랙을 검색해보자.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트에 가면 쉽게 찾아지는 영화이며, 유선방송의 영화 다시보기를 찾아도 된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스스로 보고 느껴야 참이다. 타인이 느낀 것은 그저 타인의 것이다. 미셸이 블랙의 의미를 타인과 달리 해석했듯이, 우리의 장애를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의미로 생각해보자. 지나온 시간들이 아픔이 많이 시린 가슴이라면 <블랙>을 보며 가슴을 덥혀보자. 그리고 더운 가슴을 이웃과 나누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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