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서브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여장연 웹진

65호

65호
(여기, 지금, 우리) 사회심리적장애③ 질환에 대한 이해

<여기, 지금, 우리>
-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여성장애인의 인권실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장애유형별 시리즈를 기획연재하고 있다.

사회심리적장애③ 질환에 대한 이해
 - 이정하(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해할 때와 못할 때
 “환자의 처지와 심정을 이해하면, 조현병은 한 인간의 비극이다. 그의 경험과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현병은 가족의 재난이 된다. 왜냐하면 가족 서로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없고, 상처를 치유할 묘약이 없기 때문이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는 그 병을 신비스러운 무엇으로 여기지 않게 하며 비밀스러운 어둠의 장막으로부터 이성의 햇살 아래로 병을 드러내 준다. 병을 이해하게 되면서, 병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두려움으로부터 서서히 슬픔으로 변한다. 우리를 위하여, 이것은 의미 있는 변화인 것이다.” (Torrey, E. F.(1983). Surviving schizophrenia: A family manual. NY: Harper & Row.)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는 정신증(병) 증상을 겪어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특이한 경험이기에 보통사람들로서는 미루어 추측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그 경험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당사자의 경험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환자의 고통과 절망을 함께 느껴야 하는 일이기에 때로는 고통스럽다.

세 번째 기고문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흔히 전문가들이 작성한 교과서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의 원인이나 이해에 대하여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글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질환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인체의 자연스러운 생존전략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살기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인체는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이는 실로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진행이 된다. 그 중 하나가 정신질환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기분장애인 조울증(양극성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하여서는 깊은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의 본성에는 기분과 감정 그리고 이성이 혼재하여 존재하는 인간은 정서심리적인 복합적 생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정신병, 정신증인 조현병에 대해서는 극히 이해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는 독특하고 특이한 경험들을 당사자들이 하게 된다.

 

 조현증 (Schizophrenia)

· 가장 오래된 정신장애, 가장 심각한 정신장애
·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 2011년 정신분열증을 조현병(調絃病)으로 명칭변경
· 10대 후반-20대에 집중 발병
· 전구기
· 인생의 꽃을 한창 피우려는 시기에 발병하기에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 환청, 환시, 망상 (관계사고)환후, 환촉, 환미
· 급성기(섬망 ,환각)
· 상태성

당사자의 표현-양성기(positive)
- 목소리가 나한테 욕한다.
- 누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
- 귀신이 보인다.
-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다.
- 무언가 나를 조정한다.
- 나의 생각이 읽히는 느낌이 든다.
- 누군가 보고 있다. 감시하고 있다.
- 짜증이 나고 예민해 진다.
- 산만하다.

당사자의 표현- 음성기(negative)
- 무기력하다
- 감정의 사막화, 감정이 건조해 진다.
- 말이 줄어들고 생각이 안 난다.
- 씻는 것이 힘들다.
- 중력이 세진다.
- 몸이 무겁다.
- 숨 쉬는 것도 귀찮다.
- 시체 같다.

인체의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환청. 환시. 환각. 망상 등도 그런 맥락이다. 즉 인체에서 보내는 신호다.
결핍과 부족 등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불면증과 번 아웃이 찾아들 수 있다. 이 시간이 오래 축적되면 인간은 “한계상황”에 직면한다. 그때 건강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불면증이 오래 지속되면 견딜 수 없는 신경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호르몬변경을 시도한다. 즉 생존하기 위한 뇌의 비상사태라는 의미다.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심한 경우 환각과 간질과도 같은 발작이 일어나거나, 주변부는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를 증상행동이라고 하는데 일시적이며 상태성이다.

 발병연령이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이 시기가 호르몬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쌓여온 기질적, 환경적, 사회적 구조 안에서 어떠한 계기와 만나서 터지게 된다. 이를 초발이라고 하며, 터지기 전에 이미 오랜 기간 기나긴 우울증의 시기가 있다. 이를 전구기라 한다.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의 전구기는 10년 그 이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일평생의 삶의 궤적이며 “인생사건”이다. 조현증이라고 표현한 것은 정신질환의 “복합증후군”의 특성을 띄고 있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듯이 의학계 쪽에서 치료가 필요하니 “병”이라 명명하였다. 이러한 발병 매커니즘은 양극성장애(조울증)도 동일하며 교과서처럼 증상이 분명하게 나뉘기보다 혼재되어 있다.

이것이 과연 미친걸까?
이것을 정신병이라고 하는 게 당사자인 필자는 이해가 안 간다.
증상은 겉으로 드러난 양상에 불과한 겉모습이다. 불난 집의 연기와 같은 것이다.
가령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를 한다. 콧물과 재채기가 감기의 본질일까? 어떤 사람이 긴 시간 편두통에 시달린다. 실로 심각한 두통이 계속되면서 머리를 싸안고 찡그리고 짜증을 낸다. 이때 찡그리고 짜증을 내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편두통의 본질일까? 당사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내적이면서 지극히도 개인에게 일어난 실로 형용키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고, 관찰자적 입장에서 증상행동만으로 당사자를 오해하거나 오인하는데서 이해받지 못함으로 인한 불통이다. 진짜 원인이라면 기나긴 시간 잠 못 들게 한 “불면증”을 일으킨 원인일 것이다. 그러한 원인을 이해하고 접근하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때 정신질환이라는 근본문제의 해법과 실마리가 풀릴 수 있게 된다.

흔히 정신과 약물치료는 “대증요법” (질병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표면에 나타난 증상만을 가지고 이에 대응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써 그 치료방법의 효과가 심각하게 과대포장 되어 있다. 이러한 정신의료적 치료만이 당사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어왔고 선택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치료법이 묶여져 있는 상태다. 이는 실로 아픔을 겪는 당사자에게 치유와 회복을 막는 커다란 장애물이기도 하다.

 마음의 문제인가? 뇌의 문제인가?
이를 두고 팽팽하였다. 마음과 뇌가 동떨어진 문제인가?
사람의 인체는 통합적 시스템이다. 뇌의 작동은 유동적이고 늘상 변화한다.
마음과 뇌를 하나로 보는 시각에서 뇌질환으로 설명을 하는 것도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마음과 뇌의 작용은 현상이고 실체다.
가령 심각한 실연의 아픔으로 우울을 겪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호르몬분비의 이상 징후를 보이게 된다. 단지 뇌의 문제라면 정말 약물의 화학작용이 치유로써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온몸이 아프다. 흔히 정신질환은 신체적 질환까지 동반된다.
심한 경우 꼼짝도 못하며 사람이 소위말해서 사람 꼴이 아니게 되며 자기 돌봄의 기능도 잃게 된다. 그래서 정신건강의 문제는 삶과 몸과 인생궤적 전체의 문제라고 한다. 특히나 급성기나 심한 환각은 생명이 위독해 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건 신속한 진정이다.

뇌는 난리가 났고 비상등이 껌벅껌벅 하는 위기신호를 보내고 있다. 잠도 못자고 마음을 알아채고 뭐고 할 상황자체가 아니게 된다. 정신과 약물의 효용은 응급의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빠르게 진정하게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정신과 의사의 영역이므로 의사는 약을 잘 써야 한다. 일단은 살고 봐야 하기에..

심리치유도 중요하다. 문제는 바로 이 분야가 한국에선 비급여이고 심각한 내상을 입은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심리상담 서비스나 심리치유가 안 되고 있다. 한 번 상담에 10만원씩 하는 비싼 심리상담을 할 여유가 없다. 약물에 비해서 효과가 느리다보니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만 처방이 된다. 수가의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환자와 1시간 2시간씩 면담하지 못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경우에는 10분 이상 못하게 되어있다. 경제논리가 돌아가는 것이다.

정신병원산업의 모순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이것은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다. 이 모순은 늪과 같이 아픈 사람이 빠져버리면 도무지 헤어 나올 길이 없다.

인체는 구조의 산물이고. 뇌도 신호체계인 복합적 생물학적 기계다. 뇌를 컴퓨터와 비유하는데 컴퓨터와 다르다. 하드웨어가 아니다. 기계는 부품이 고장나면 정지하지만 사람의 인체는 그리고 뇌의 작용은 일부가 손상되어도 돌아간다. 정말 발병하고 재발하고 발작과도 같은 말로는 형용키 어려운 투병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둔기로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손상이 되었다. 전화번호 200개를 외우고 있었지만 일순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식으로 무언가가 내게서 사라져 갔다.

무너진 인생과 건강을 복구하는데 개인인 당사자는 정말 어렵고 난해하고 출렁거리게 된다. 그러한 순간에 의료는 정말 중요하다. 이 접근은 당사자의 자의치료의 선택권으로 옮겨져 와야 한다. 당사자의 치료권리이다.
내 몸도 마음도 나의 정신세계도 영적세계도 당사자 자신의 것이다. 그래서 권리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마치 아는 것처럼, 겉돌기만 한다. 알지 못하는데 관찰하고 분석하고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대하는 것은 치료도 치유도 아니다.

정신질환의 문제는 인간애의 문제로 평행선으로 놓여져야 한다.
정신질환의 문제를 나는 아니고 나는 정상이고 정신질환자는 비정상이고, 나는 올바르고 정신질환자는 틀리고 이러한 이분법과 불평등의식이 바로, 치유와 회복을 막는 가장 큰 모순이면서 일상적이고 평범한 악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치게 하고선 아무리 뇌문제를 논해봐야 답이 없다.
“마음의 헤아림”은 이 모든 문제해결의 출발이 될 수밖에 없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22 이룸센터 4층 2호 (우 07236)
Tel. 02) 3675-9935, 02) 766-9935     Fax. 02) 3675-9934     E-mail : kdawu@hanmail.net     홈페이지 유지보수 : 그루터기
COPYRIGHT(C) 한국여성장애인연합,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