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활동가 이야기마당 1>
리더워크숍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Part.2
- 전혜련(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지난 8월 24일 열린 2017년 여성장애인 역량강화 리더워크숍의 주제였다.
의미심장한 주제인데다 음명희 강사님이 계신 ‘사유너머의 사람들’ 이라는 인권교육원 이름은 더더욱 심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은 하필 얼떨결에 제일 앞자리에 앉다보니 질문과 토론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강사님께 제일 먼저 타깃이 되고 말았다.
‘의무의 주체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순간 머릿속이 띵~ 하는가 싶더니 내 입에서는 벌써 틀에 박힌 대답이 기계적으로 나가고 있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으나 ‘어떤 목적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 괴로운 사람..’ 이라고 말한 듯하다. 그런데 나의 ‘괴로운’ 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어디선가 큭큭 웃는 소리도 들렸다.. 그 와중에도 강사님은 나의 대답 가운데 그나마 뜻깊은 단어인 듯 ‘목적’을 뽑아내어, 각 지부 대표들의 의견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들으며 그 의미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결국 목적의 가치 찾기가 바로 조직의 지향점이며 연합과 지부의 목적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줄기인 점, 더 나아가 그것은 바로 모두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한 것임을 함께 확인하였다.
깊어진 사유들이 점점 딱딱해지려 할 즈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우리의 생각을 잠시 말랑하게 해주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의무감으로 큰 일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작은 움직임들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위안을 얻는 순간이었다.
잠시 한숨을 돌린 후 다음 순서로, 정관에 나와 있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목적에 각 지부 대표들의 진지한 생각과 의견들을 모아 가치와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여장연은 전국의 여성장애인들이 연합하여
공동체를 형성하므로 상호유대 강화와 교류협력을 통해서
여성장애인의 권익보장 복지증진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공동체는 어떤 공동체이며 상호유대는 누구와 어떻게 하는지, 교류협력은 어느 곳과 이루어지는지를 자세히 되짚어보고, 권익보장과 복지증진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보니 형식적인 문장으로만 여겨지던 연합의 정관에 신기하게도 숨이 불어넣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늘상 지부 활동가들과 그야말로 영혼 없이 업무공유만 해온 일들이 떠오르며 심히 반성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섯 시간의 워크숍을 마치고 나니,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불러오는 것’이 바로 ‘깨우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덧붙여 이 날 각 지부가 서로 간에 알지 못했던 소외와 아픔들도 함께 깨우치는 시간이 되었음에 더욱 의미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