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여성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모색하다 : 일터에서 여성장애인과 동료로 함께 하려면?
오화영(글로벌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여성장애인연합감사)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며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인정, 자신감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은 성인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의 경우 개인능력과 상관없이 ‘장애’ 이유만으로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을 뿐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여성장애인은 장애와 젠더 차별의 혼합으로 나타나는 다중차별에 노출됨으로 인해 고용영역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2017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남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5%, 고용률은 46.8%, 15세 이상 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3.9% , 고용률은 22.4%로 남성장애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인구의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남성 74.5%, 여성 53.1), 그리고 고용률(남성 71.7%, 여성 51.3%)과 비교할 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성별격차가 훨씬 심각함을 보여준다.
장애정도별 경제활동 상태를 보면 여성장애인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의 양상이 현저히 드러난다. 중증남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5.7%, 고용률은 23.7%인 반면 경증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8.2%, 고용률은 26.5%로 여성장애인은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고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사 많은 난관에 부딪치며 노동시장에 진입했더라도 불안정한 종사상의 지위와 고용상의 지위, 열악한 임금조건을 경험하게 된다. 여성장애인 취업자의 경우 종사상의 지위는 임시근로자가 큰 비중을 차지(43.3%)하며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성은 임금에도 반영되어 여성장애인의 평균임금은 남성장애인과 비교할 때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남성 장애인 평균 임금 203만원, 여성장애인 평균임금 112만원).
또한 장애인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가 증가추세를 보이며 무급 가족 종사자 비중이 크게 감소하였다고 하나 여성장애인은 비임금근로자 중 무급가족 종사자 비율은 71%로 여전히 높아 가족 내 여성장애인의 현실을 볼 수 있다.
한편 여성장애인의 구직에 방해 요소로는 연령문제, 근무환경이나 근무시간 등의 근무조건, 그리고 장애차별과 선입견 등이 주요이유로 나타났다. 학력, 경력, 기술부족 등의 사유 역시 여성장애인의 구직을 가로막는 주요 이유에 해당된다.
이렇게 볼 때 여성장애인을 일터에서 직장동료로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론 정부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을 통해 장애인 고용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왔으며 이 중 장애인일자리사업 및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고용확대에 일조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에서 여전히 여성장애인은 소외되고 있으며 의무고용현황에서도 여성장애인의 의무고용비율은 단지 22.4%로 남성장애인과 비교할 때 1/4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지난 4월 발표된 ‘제 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2018-2022)’에서는 장애인 맞춤형 취업지원확대 사업의 일환으로 중증. 여성. 장년. 발달 장애인의 취업지원확대방안을 마련하였다. 특히 시간제 근로희망 장애여성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여성장애인의 강점과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직업영역을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여성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70.6%가 시간제 근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특히 시간제 근로희망의 주된 사유가 장애, 건강 등의 개인사정과 가사 육아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둘째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 확대금지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여성장애인의 임금보장이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셋째 여성장애인의 일가정양립을 위한 지원, 접근성, 그리고 직장 내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여성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권의 침해는 일할 기회로부터의 배제 뿐 아니라 또 다른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이러한 상황은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적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저하시켜 빈곤의 순환 속에 갇히게 하거나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충족조차 어렵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 노동권은 단순히 일할 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동권은 모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포함하며, 그들이 안전하고 좋은 작업장 환경 하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노동권은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작업장의 안전을 옹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형성하거나 그곳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결국 여성장애인을 일터에서 동료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장애인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촘촘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 27조 근로 및 고용 조항은 장애인의 노동권 인정을 다룰 뿐 아니라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노동권 실현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들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치들이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실태파악 그리고 연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여성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조건들,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장애와 젠더에 따른 차별을 직시하고 이를 걷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일터에서 여성장애인과 함께하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