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야기>
생각하는대로
대전지부 김순자 회원
저는 나이 스물에 류마티스 질환으로 전신경화증이란 병을 얻어 숱한 통증과 함께 전신 관절은 다 굳어져 지체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아픔으로 인해 변화된 나의 얼굴, 몸, 모든 생활이 엉망이 되고 초라한 내 모습을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이 왜 그렇게 싫은지 외출도 삼가게 되면서 우울증까지 찾아와 매일 늘어나는 짜증과 함께 눈물로 지냈습니다. 이 통증은 있다, 없다 반복을 하면서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1살쯤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내가 싫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욕구가 내 안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전여성장애인연대 홈페이지에서 검정고시반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각 과목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나보다도 몸이 더 불편한 분들도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 고등학교 졸업장은 그다음 해인 2012년에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얻게 되었습니다. 노력한 결과가 얼마나 기뻤는지,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청소년 시기 그렇게도 하기 싫었던 공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하며 그렇게 공부를 시작으로 여장연의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글쓰기, 영어회화, 컴퓨터, 도자기 페인팅, 캘리그라피 등 여러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며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합창! 여성장애인 합창단으로도 횟수로 7년째 활동 중입니다. 합창단을 하면서 많은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통해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예전엔 상상조차 못 할 영역에 도전을 해보았답니다! 캘리그라피를 배워 대한민국 장애인 서예대전과 미술대전에 입상하는 경력도 쌓았습니다. 또한, 작년부터는 우리 단체에서 만든 무장애 대전여행팀에서 대전지역 10여 곳의 여행지를 누비며, 처음 운전하기 시작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장애인편의시설을 조사하고 글을 써서 책자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편의 조사를 하면서 불편함을 몰랐던 것을 또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집에만 있던 내가 이렇게 한걸음 떼었더니 부정적이었던 마음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어 자신감도 생기고 그것이 활력소가 되어 건강도 점차 좋아져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는 알지 못했고 잃어버린 내 안의 나. 새로운 나를 찾았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재는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장애인으로서 꿈을 펼치기엔 여러 가지 장벽들이 있습니다.
정규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싶지만, 통학을 위한 이동문제와 편의시설의 불편함 때문에 자신이 없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여성들이 함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늘 병원엘 다녀야 하는 사람입니다. 희소 질환 등록으로 기본 병원비는 지원되지만,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재활치료를 위한 비용은 지원되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장애 여성들의 건강권 보장 시스템이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40이면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중년의 나이인데 신체 불편한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나의 앞으로의 삶과 방향성이 사실 고민이 많이 됩니다. 직장엘 다니거나 자영업을 운영하고 싶어도 기초생활수급권 탈락의 위험이 늘 발목을 잡습니다. 가령 내가 꿈꾸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도. 물론 운영자금도 없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그 이전에 무엇보다 무슨 일에 종사하더라도 아직도 타인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것에 먼저 두려움이 앞섭니다. 우리와 같은 취약계층 여성들의 자립과 일자리를 위한 지원정책이 세심하게 마련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성장애인으로 살아가며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교육도 많이 접하다 보니 중도장애인으로서 전에는 모르고 있던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여성 문제, 장애인 문제 등이 하나씩 눈에 보이기도 하고 내가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남들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외치며 당당히 멋지게 살아가는 인생 선배 여성들을 볼 때 참 부럽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 되새겨 봅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다 해서 못 누릴 것 없고 느리지만 못할 것 없다는 걸!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천천히, 그러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을 꾸고 그것이 현실이 되게끔 노력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