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자>
여성장애인 감염/전염성 질환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김선민 교수
2018년도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질 그리고 외음부의 염증’으로 진료를 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여성이 질염 혹은 질 분비물로 고생하고 산부인과를 찾는 것을 보면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질 분비물이 많아졌다고 혹은 색이 변했다고 무조건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여성의 질 분비물도 생리주기, 호르몬의 변화, 개인 컨디션에 따라 양이 변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를 개인이 구별하는 것은 어렵고, 여러 가지 질염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냄새도 나고 분비물도 많으니 이 질염이 맞는 것 같아!’와 같은 개인의 성급한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는 흔한 원인인 ‘세균성 질염’, 성관계로 옮기는 ‘트리코모나스 질염, 클라미디아 질염’, 참지 못할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칸디다성 질염’에 대해서 살펴보고 질염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수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성의 감기라고도 종종 부르는 ‘질염’은 질 내에 있는 세균들의 불균형 혹은 성관계에 의한 감염에 의해서 생깁니다. 질 안쪽에는 정상적으로 여러 균들이 존재하는데, 여성 질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 도움도 되지 않고 해도 되지 않는 ‘공생균’,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균’이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유익균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유산균(Lactobacili)’입니다. 건강한 질내 환경에서는 유산균이 다른 유해균에 비해서 많이 존재하고 ‘산성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러한 pH 4.5 미만의 약 산성 환경은 다른 해로운 세균의 감염을 막아주고 청결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반면, 질 내 환경을 안 좋게 만드는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생리를 하는 도중 (혈액 pH 7.4)
-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질 내로 배출된 정액 (정액 pH 7.2~8.0)
- 뒷물을 자주 함 (물 pH 7.0)
- 일반 세정제 혹은 비누를 이용하여 질 내를 씻어 내는 행위
세균성 질염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에 의해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여성의 생식기에 존재하고 있던 ‘가드네렐라 바지날리스(Gardnerella vaginalis)’, ‘마이코플라즈마 호미니스(Mycoplasma hominis)’와 같이 좋지 않은 균이 과도하게 많아진 경우에 나타나는 질염입니다. 성관계 전후로 심한 비린내를 동반하며 흰색 분비물이 많이 나는 경우에 의심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표시가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평소와 다르게 분비물이 많이 나온다면 병원 방문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세균성 질염은 질내 유해균을 치료를 통해서 없애주고 유익균과 공생균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관계에 의해서 감염되는 질환입니다. 편모충류에 속하는 일종의 단세포 기생충인 트리코모나스 바지날리스(Trichomonas vaginalis)에 감염되면서 발생하게 되는데, 여성의 질, 남성의 전립선과 요도에서 살고 있으며 성관계를 통해서 옮겨 다니게 됩니다. 클라미디아 질염도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질염으로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Chlamydia trachomatis)라는 박테리아 감염에 의해 생깁니다. 성관계를 통해서 전파가 되는 감염을 우리가 성병이라고 말하고 병원에서는 성매개 감염 혹은 성매개질환 이라고 말합니다. 질분비물의 변화, 성교통, 성교 후 출혈, 배뇨시 불편감, 골반통 등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의심해서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세균성 질염과 같이 발생(60%)하기도 하므로 증상으로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질염들은 세균성 질염과 달리 성관계 파트너도 반드시 같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칸디다성 질염은 질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서 ‘칸디다’라고 부르는 곰팡이가 질내에서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질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외음부에도 생겨서 칸디다성 외음질염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질염은 75%의 여성이 평생 사는 동안 최소 한번은 겪을 정도로 아주 흔하고, 겪었던 여성의 절반 이상에서 재발을 경험합니다. 수영복을 오래 착용, 생리대를 자주 갈지 않거나, 꽉 조이는 바지를 입는 것들과 같이 외음부를 습하게 만드는 행위는 칸디다성 질염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당뇨병이 있거나, 면역억제제 혹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경우, 임신 중에도 칸디다성 질염이 잘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려움증과 함께 리코타 치즈, 콩비지와 비슷하게 생긴 덩어리진 분비물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빨리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성관계시 통증과 소변 볼 때마다 따끔따끔한 작열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냄새가 나거나 가렵거나 냉의 양이 많거나 색이 녹색이거나 피가 섞여 있는 경우 병원에 가보는 것을 권합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해도 질염을 앓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1~2년에 한번 정도는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자궁경부암 검진도 받고 질염에 대한 평가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감염으로부터 외음부 및 질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아래와 같은 수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성관계시에는 콘돔을 꼭 사용한다.
- 너무 질 안쪽까지 씻지 않는다.
- 질 세정을 자주 하지 않는다. (손을 자주 씻는 것과는 다릅니다.)
- 위생상태가 확실치 않은 외부의 비데는 사용하지 않는다.
- 대변을 닦을 때에는 앞에서 뒤로 닦는다.
- 외음부를 너무 습하게 만들 수 있는 타이트한 옷을 입지 않는다.
감기 바이러스에 똑같이 노출이 되어도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기라는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기본적인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에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집니다. 또한 사람마다 취약한 부위가 달라서 여성들 중에는 몸 상태가 안 좋을 때 유난히 질염이 잘 재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수면을 통해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은 질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감염/전염성 질환의 예방에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