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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81호

81호
기획이슈

- 전남지역 여성장애인 집단 성폭력 사건의 전말과 여성 장애인 대상 집단 성폭력에 대한 지원체계의 필요성-여성장애인 성폭력은 구조의 문제,‘폭력의 대상아닌,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

전남여성장애인연대 부설 목포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이 미 진


지난 427() 발달장애여성집단성폭력피해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공대위’)에서는 전남경찰청 앞에서 지역 내 발생한 발달장애여성 집단성폭력피해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부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은 50대 발달장애여성이 2012년부터 마을 주민 13명에게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건으로 2022년에서야 가족에게 알려지며 피해 사실을 최초 신고한 사건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성폭력을 인정한 가해자 1, 사망한 가해자 2명을 제외하고 10명에 대해 전부 불송치 결정이 나왔다.

성폭력피해 사건을 신고하면 수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하고, 재판에서의 유죄 주장은 검찰이 하면서 수사가 이어지는데, 불송치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는다, 즉 이 사건은 경찰수사 단계에서 끝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피해자 진술 외에 증거가 부족하다, 피해자가 거부나 저항하지 않았다, 성관계 간 위력이나 위계가 없었다, 피해자가 스스로 원해서 한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피의자들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보다 더 신빙성 있다라며 가해자 10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불복하여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 기관은 이의 신청을 하였지만 결과는 참담하였고 공대위에서는 사건을 인지하고 규탄 기자회견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대응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2023415SBS 그것이 알고 싶다 1348열세 명의 공모자들 방송을 통해 발달장애여성 집단 성폭력 피해 사건이 알려졌다.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는 이 사건을 방송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장애인이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나에 집중해야 한다.

 

장애와 비장애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성폭력을 피해자, 즉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문화의 영향으로 피해자는 더더욱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몇 년 전 성차별,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기 위한 #미투 운동으로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시작되었다. 사회 전반에서 가해졌던 차별과 폭력이 세상에 드러나고 이에 대한 용기 있는 발언자들이 나왔다. 이제 와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제 겨우 말하는 이 미투 운동은 그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여성장애인은 미투를 하지 않나요? 여성장애인 미투는 없나요? 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이유가 미투는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다 말해야 하는 것이고, 또 전형적인 방법이 있으며 누구나 다 같은 방식으로 피해 경험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인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당시 전남 지역에서도 장애인 미투라는 명목 하에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당사자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들이 지역 언론 매체가 다루었으며 여성장애인 미투를 찾기 위해 상담소에 문의가 계속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 여성장애인들의 전 생애를 통해 일상의 차별을 경험하며 교육과 정보, 기회로부터 배제되었던 삶의 경험과 맥락을 무시한 채, 여성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삶의 전반에서 배제당하거나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쉽게 성폭력과 착취의 대상이 되어왔다.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차별에서 자라나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절대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장애인 성폭력을 판단하는데 있어 장애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2011, 영화<도가니> 상영 이후, 장애인성폭력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었고 그로 인해 장애인 성폭력 관련법 개정이 여러 차례 진행이 되고 수사·재판 절차상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 시행되었다. 이러한 법제도 변화는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지원자들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성과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생겨나고 처벌 형량도 높아졌다. 하지만 지원체계의 양적인 확대에 비해 지원체계 안에서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고 질적인 부분은 균형감 있게 성장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피해자의 입증 책임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무죄 선고로 이어지는 결과가 비일비재 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성폭력 범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6(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등) 4항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고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중략... 처벌한다. 라고 나와 있는데, 현장에서 지원하다 보면 장애인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장애 정도가 저항이 불가한 항거 불능 상태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의료 전문기관의 임상심리평가보고서, 의사소견서 등을 토대로 장애 상태가 심각함을, 항거불능인 상황을 설명해야 함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이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오래되어 왔다.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니라고 하는 세상, 성폭력 피해를 당사자가 말하고 있는데 제 3자가 판단하고 인정하는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다시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되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물리적 등 힘과 권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그 결과 또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성폭력을 저지는 가해자는 권력의 주체가 되며 수사기관을 비롯한 재판부 그리고 이 사회는 그 범죄를 다시 한번 왜곡하고 가해자의 말을 신뢰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피해자의 잘못으로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보복의 수단으로 역고소, 무고를 선택한다.

 

누구든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어떠한 이유로 차별이나 폭력을 당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성폭력을 하는 사람,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다! 그런 가해들은 직접적인 가해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 나와서 자신의 피해를 알렸던 피해자에게 온라인으로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장애인성폭력상담소와 공대위는 2차 가해를 한 사람들까지 처벌받도록 지원하고 있고, 다시 한번 불송치 결과에 따른 이의 신청과 이에 따른 수사·법적지원 그리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자의 분노에 함께 공감하고, 장애인 성폭력이 근절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해 나가는 공대위의 다짐을 기자회견문으로 대신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공대위 기자회견문 일부 발췌

 

이 사건의 피해자는 마을의 남성들에게 집단적이고 계획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우리 법률 또한 이러한 범죄 유형을 장애인 성폭력이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폭력방지법 제 5조에서는 모든 사람이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사를 맡은 책임자로 경찰은 피해자를 위해 모든 전방위의 노력을 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사건의 불송치 결정을 받고, 충격적인 결과에 괴로워하면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불송치 이의 신청을 하고, 이의 신청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지금 절실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장애여성 성폭력 사안에서 가해자의 폭행, 협박이 없더라도 장애라는 취약성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를 엄중히 다루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하도록 하라는 것이 우리 법률의 성폭력 범죄 입법 취지이다.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6조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또한, 장애인 피해자가 수사기관 진술, 이후 재 피해 예방을 위한 보호 등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장애인복지법에는 반드시 수사기관이 장애인 학대 피해(성폭력 포함)에 대해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학대 사실을 통보하게 되어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14) 그리고, 이 같은 내용은 수사기관의 수사 실무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에 성폭력 상담소 등 관계기관을 안내하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까지 이러한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동안 피해자와 그 가족은 외롭게 경찰 수사를 견디고 감당했다. 홀로 외로이 수사받으면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은 자신들의 피해가 당연히 범죄 피해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렇게 당연한 기대를 철저히 짓밟고 불송치- 혐의없음-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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