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여성장애인의 이름으로
- 이영석(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2008년에 체결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6조 장애여성조항에는 당사국은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다중적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협약에서 정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고 향유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의 완전한 발전, 진보 및 권한강화를 보장하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협약의 내용을 중심으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아래와 같이 권고를 받았으며,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위원회 권고 사항을 보면 이러하다.
위원회는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하지 않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또한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폭력과 거주시설 내․외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은 점과 장애여성과 소녀들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임신 및 출산기간 동안 장애여성에게 충분한 지원이 제공되고 있지 않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하였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장애 관련 법률과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주류화 할 것과 장애여성을 위한 특화된 정책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장애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는 등 거주시설 내․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아울러 위원회는 당사국이 장애여성들이 정규교육을 마쳤든지 또는 그로부터 배제되었든지 관계없이, 그들의 선택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장애여성의 임신 및 출산기간 동안 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였다.
이러한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권고이후 지금까지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다. 아니 아직 시작조차도 못했다고 하는 것이 어떤 측면으로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2016년 12월 3일은 25번째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국제사회가 세계장애인의 해를 지정하고,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한 실천전략을 수립한 날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는 혼탁하다. 아울러, 한국사회는 지금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온 국민들이 고통 속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의 삶은 너무나 고달프다. 장애인들은 생활시설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다 죽어가고 있고, 낙인의 사슬인 장애인 등급제로 인해 당연히 받아야하는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죽음의 사슬인 부양의무제에 묶여 빈곤 속에서, 그리고 아들을 엄마가 죽일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시설과 집에서 나와 지역에서 살고 싶지만 사회적 기반과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인권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삶은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 버렸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2015년 5월 28일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에서는 제8차 사회보장위원회에 보고된 여성장애인 교육지원서비스 통합 주관부처 지정 관련 이견 조정 결과로,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던 여성장애인 사회참여 확대지원사업의 관리 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며 여성장애인 교육지원사업과 통합을 결정하였다. 이 통합의 결과는 여성장애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한순간 빼앗아 버리는 가혹한 결정이 되어버렸으며, 정부는 여성장애인의 삶에는 뒷전으로 빠져 버렸다.
여성장애인의 절반이 월 5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아울러, 여성장애인의 월 평균임금은 남성장애인의 40% 수준이며, 고용률도 심각한 상태이다. 남성장애인의 고용률도 50%를 밑도는 정도인데, 여성장애인은 그보다 훨씬 낮은 20%도 안 되는 수준은 물론,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생활은커녕 기본적 권리를 누리기도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앞장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도 정부 방침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렇듯 같은 장애인이면서 남성과 여성의 격차는 너무도 크기만 하고, 우리나라 모든 장애인정책은 평균치로만 이루어져, 평균 이하의 삶의 질을 누리는 여성장애인의 삶은 갈수록 열악하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현재 할 것 없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의 삶을…, 국민들의 삶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현 시기의 국정파탄을 이끈 주범에게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이고 <박근혜 게이트>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모조리 파탄시킨 중대범죄이다. 특히 장애인, 빈민,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그 범죄로 인해 감당해야 할 대가는 너무나 가혹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과 정유라의 승마에는 관심이 있어도, 우리의 요구에는 자신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과 왜곡 선전으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내팽겨쳤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죽었고, 송파 세 모녀는 자살해야 했다. 이러한 죽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민들이 현재 박근혜 게이트로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고 있다. 외신에서는 무당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이야기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접하기도 하였고 국민들은 매주 토요일 촛불로 박근혜 게이트를 향한 분노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정농단과 함께 대국민적 혼란을 야기시킨 장본인과 연루되어 있는 모든 이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장애인과 지금까지 함께 하였으며, 앞으로 계속 손을 잡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평등 실현을 위해 달려갈 정의당은 이렇게 결의를 다지며,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런 약속을 드린다.
「20대 총선을 치루면서 당의 선거정책공약으로 당사자들에게 약속하였듯이, 성인지적 장애인자립생활 기반 마련 및 생애주기별 정책 수립과, 관련부처 내 여성장애인 전담인력 배치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여성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실태 조사를 통하여, 여성장애인에 대한 의료관리체계의 확립 및 의료기관 확충(전담 산부인과 지정), 산전, 산후, 양육 및 학습 도우미 제도 마련, 피임,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교육 및 정보제공에 있어 변하는 사회와 같이 가도록 할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 정신을 온전히 받들어 장애인들이 인간적 품위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으로서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우리 다 같이 이 말을 기억하고, 가슴에 다시 새겨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이들이 함께 외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