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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62호

62호
목차
(포커스) 성폭력 피해자에게 정신장애는 필연이다

<Focus>

성폭력 피해자에게 정신장애는 필연이다.
 - 이정하(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린이성폭력 피해자다. 성인이 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며 심각한 가정폭력 속에서 유년의 성폭력 트라우마로 10대 때부터 자해나 자살시도를 하면서 홀로 삭히며 살아왔다. 나의 정신장애의 근본 원인은 바로 단 한 번도 치유되거나 잊혀질 수 없는 유년의 트라우마였다. 정신과 의사에게 몇 번 토로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잊으라며 약만 권해졌다.

  성폭력피해자에게 정신장애는 필연이다. 주변의 여성정신장애인들 상당수가 성폭력 피해자들이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들도 많았으며 병원에서 대화를 나눈 상당수의 여성들 또한 성범죄의 피해자들이었다. 나의 페이스북 친구 중 약 10명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또한 성범죄의 후유증으로 정신장애인이 된 여성들이다. 이는 죽음에 이르는 고통이다.

  정신장애는 선천적 장애가 아니다. 여성으로써 여러 이유로 정신장애인이 되지만, 정신장애인이 된 이후에도 성범죄의 타깃이 된다. 지인 중에는 10대 때 지독한 성폭력 후유증으로 정신장애가 생겼는데 정신장애인이 된 이후에 타깃이 되어 또다시 잔인한 성폭력을 겪고 신체장애인이 되어 극도로 고통을 겪는 친구가 있다. 또한 청소년기의 집단 성폭력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가 된 지인은 지금도 침대에서만 생활하며 재발을 하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극도로 노출을 꺼려하고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성범죄 피해를 호소해도 변호되지 못하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에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지며, 성범죄피해자들의 경우 말로 다할 수 없이 비참하다.

  대다수의 정신장애인은 입퇴원을 반복하거나 정신병원 폐쇄감옥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여성 정신장애인이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 아니다. 성폭력과 같은 심각한 트라우마는 정신장애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수가 없다.

  그렇게 한 번 정신병원에 갔다 오게 되면 어느새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된다. 사회에선 정신장애인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낙인찍고. 실제로 가해자들은 “거짓말 하는 거다”, “정신이 이상하다”, “정신병환자다”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가해를 한다. 정신장애인을 살인사건 하나로 살인자로 몰고, 강력사건으로 묻지마 살인범 취급을 하고 일반화하여 사회에서 쓸모없고, 혐오스럽고, 위험한 존재로 그려내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당사자가 잘못한 것은 확대하고 당사자가 피해자인 것은 지우개로 지우고 가해자도 편하고 가족도 편하고 병원은 돈 벌고 사회도 편하다.

명칭개정의 필요성 “사회심리적장애인”
  [정신장애인]이란 용어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정신장애인을 빗댄 혐오와 비하언어가 난무하는 시대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 권력자나 범죄자에게 정신장애인이라며 욕을 한다. 최근에는 촛불집회에서 박근혜는 조현병 환자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고 SNS나 인터넷 등 정신장애인 혐오발언이 일상이 되었다. 범국민적 스트레스 해소용 축구공처럼 정신장애인을 걷어차고 있다.

  정신장애란 명칭 자체는 사회구조적 모순의 피해자. 또는 자살과 죽음으로부터 살아난 ‘생존자'의 의미를 용어에서 배제시켜 이해를 떨어뜨린다.
정신장애화가 되는 과정은 안타깝게도 아주 가깝다. 어떤 개인이 어떤 모순 속에서 심리적 트라우마가 깊어지며 외면과 침묵 그리고 몰이해의 과정에서 우울증은 깊어간다. 낫지 않는 우울증이 지속이 되면 쌓이고 쌓여 양극성 장애화 또는 분열증적으로 나타난다. 일시적일 수 있다. 심하나 안심하나 정도의 차이다.

  누구나 정신장애가 있다. 다른 이름으로 '심리적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정신장애’라는 용어 자체는 그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가장 최후의 번아웃된 그 상태만 지목하여 사회구조적 모순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의지를 회피하는데 쓰여 진다. 자살을 시도해도 자살시도를 하기까지의 원인과 과정 주변의 모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려 하기보다 당사자의 “병”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논의는 거기서 끝난다.

  정신질환 “병”이 있다는 이유로, 온전하게 그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로 책임전가를 하였다.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문제로 양심의 실종. 정의의 실종. 부도덕과 부조리의 사회적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데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사회의 문제를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적으로 치환시킨 대중언론의 프로파간다는 악의적이고 고의적으로 정신병원산업, 정신의료계전문가, 직업인 관련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복무하게 시스템화 시켰고 견고한 철옹성이 되었다. 끊임없는 편견과 선입견을 조장하도록 경악할 사건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정신질환을 거론한다. 그리고 정신장애인에게 누명을 씌운다. ‘사회심리적장애인’은 세계 공식 명칭이다.

  정신장애인에게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인권이 없다. 주권이 박탈되어있다. 정신장애인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로써 박탈된 권리회복이다. 어떤 유형의 장애인도 이런 식의 법률로써 철저하게 통제되고 억압되어 있지는 않다.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강제입원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진영에서 헌법소원을 하고 강제입원 폐지투쟁을 한 첫 결실이었지만 완전한 판결은 아니었으며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입장이 없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한사람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 시행이후 한국의 정신의학의 역사는 고문과 학살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이러한 비극을 종식하고 지역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기 위한 모색을 하고 실현을 하는 것이 공동체의 인간성이 회복되는 길이다.

  국가가 만든 법과 제도로 너무 많은 피해자들의 인생이 박탈되고 죽어갔다. 병원에 지급되는 국민의 세금을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이 가게  하고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의 국가적 재앙 수준의 이러한 피해를 양산한 데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국가차원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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