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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68호

68호
(기획이슈) 장애등급제 폐지가 연착륙하려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 이문희


장애등급제는 우리나라에 1988년 도입된 이래 30여 년간 지속된 제도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내년 7월부터 폐지된다. 공적 장애인복지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의 서비스 지원에 있어서도 핵심적 기초가 되는 제도인 소득보장, 직업재활, 교육, 감면·할인제도, 보건의료 등 장애등급제가 장애인에 미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부안이 발표되지 않아 장애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장애계에서 폐지를 주장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장애등급제의 폐단이 너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사각지대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하여 권리에 입각한 맞춤형 장애인복지제도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돌봄 위주의 골격을 갖고 있어 장애인을 우리사회에서 피지배계층으로 고착화시킨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판정받는 자와 판정하는 자, 또는 관찰당하는 자와 관찰하는 자, 그리고 돌봄을 받는 자와 돌보는 자 사이에는 어디에서나 힘의 종속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이러한 힘의 종속관계는 장애인등록과정에서부터 발생되고 장애등급을 판정받은 후에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 우리의 질문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흔히 질문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직결되어있다. 가장 많이 질문되어지는 것은 그동안 유지되던 장애인복지 혜택들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장애인의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1-3급은 지하철 무료, 기차 50퍼센트 할인받는 것을 비롯해서 여러 해택을 받는데 폐지가 시행되면 지금 받고 있는 혜택은 완전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팽배해있다. 장애등급이 없어진다고 장애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혜택을 동일하게 받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현행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별 기준을 만드는 중이며,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이 기존에 장애등급을 서비스 신청기준으로 활용했던 20개 정부부처의 79개 서비스는 장애등급과 관계없이 신청 가능하다고 복지부는 발표하고 있다.

또한 미등록 장애인도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도 궁금한 사항이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더라도 여전히 의학적 심사에 기반 하여 장애인 등록을 하는 형태는 유지된다. 그리고 15개의 장애유형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장애인정책5주년계획에서 계획되었던 장애범주 확대도 연구조차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법적 장애유형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법적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거나 등록을 꺼려 장애등록을 하지 못했던 실질적 장애인들은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법적 장애유형에 포함된 경우라면 장애등록과 동시에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신청하는 불편 없이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연계되는 체계로 개편되기 때문에 이전 보다는 불편함이 덜해질 수 있다.

○ 3가지 핵심사항의 명과 암

1. 장애정도로 용어 개정 vs 엄격해진 조사
그동안 사용되어 왔던 ‘장애등급’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장애등급과 장애정도의 용어 개념에서 나오는 차이점은 경계의 명확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등급이란 용어에서는 비교적 경계의 정도가 뚜렷하지만 “정도”라는 용어는 분명한 경계선이 없기 때문에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등급제 폐지 시범사업의 가이드라인에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문구가 있어서 실재로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제도로 변화될 지는 비판적이다.

2.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vs 문제 파악되어도 지역사회 자원 없어
실제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해 서비스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라고 복지부는 설명하고 있고, 이미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 4도 개정되었다. 그동안 등급 제한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문제를 방지하고 등급에 상관없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평가해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시범사업을 통해서 파악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서비스는 제공할 지역 자원기반이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종합조사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ICF에서는 활동과 참여란 항목 하나만 보더라도 학습과 지식적용, 일반적 과제와 요구, 의사소통, 이동, 자기관리, 가정생활, 대인상호작용과 대인관계, 주요 생활영역, 지역사회생활, 사회생활 및 시민생활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번 시범사업 종합조사표에서는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조사표의 항목 배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예를 들어 밥상에 차려진 밥과 반찬을 목구멍으로 넘기기까지에 해당하는 ‘식사하기’는 60점이다. 그런데 ICF에서 강조되고 있는 사회활동에 해당되는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은 총점이 24점에 불과하다. 그동안 장애계가 애타게 부르짖던 사회참여는 종합조사표에서 거의 ‘왕따’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3. 맞춤형 복지 vs 맞춤형 조사 없는  장애특성

맞춤형복지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발달장애인 등도 서비스를 쉽게 알고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전달체계 구축이 목표다. 복지부는 2가지 중점사항을 두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찾아가는 상담과 민관 협력을 통한 사례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공공·민간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통한 사례관리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종합조사표 내용을 디테일하게 살펴봐야 한다. 복지부가 주최한 장애등급제 폐지 설명회에서 장애인당사자가 말한 내용은 설득력이 있다. “주거형태가 자가. 전세 등을 보는데 소득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생활 환경 중요하기 때문에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인지, 50년 이상 된 집에서 사는지, 승강기 없는 5층 이하 집인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밥 먹을 때 누가 음식을 갖다 주는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숟가락, 젓가락, 포크 어떤 도구를 쓰는지에 따라 내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장애유형별 맞춤형 조사표, 지원서비스별 맞춤형 조사표가 없으면 지금의 판정체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종합조사표는 가면 쓰고 나타난 장애등급제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 장애등급제 폐지가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려면?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존에 의료적·행정적·편의적 장치만을 기준으로 한 장애판정체계에 의해 서비스의 대상자, 서비스의 종류 및 규모가 획일적으로 확정되고 제공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을 둘러싼 개인적·환경적 요인들과 서비스의 욕구 및 필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의 종류와 규모를 개인별로 확정하고 제공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삶의 행태가 사회 안에서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 참여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동안 산적해있던 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나의 미래가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 장애등급제 폐지를 대체하는 평가들이 장애등급제의 변형된 모델로 오용되면 안 된다.
- 예산 및 자원 부족으로 인해 선착순 복지로 장애인 간 경쟁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 기존 혜택이 사라지는 장애인이 없도록 서비스 총량이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
-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불편을 야기 시켜서는 안 된다.
-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이용가능한 자원의 총량이 확대되어야 한다.
-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담당 인력의 고도의 전문성과 장애감수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 욕구조사 후 많은 부분이 지자체의 민간서비스 연계를 통해 지원되므로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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