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기본법의 필요성과 방향성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협력실장 이용석
1. 독립법 제정의 당위성
현재 장애인의 지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관련법으로는 장애인복지법이 있고 세부적인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는 18개 관련법이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장애인 전반의 제도를 규정하는 종합법안인 장애인기본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 2017년과 2019년에 국회에 발의되었고, 장애인기본법의 논의는 중단되었고, 현재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현정부의 공약사항인 만큼 실마리 같은 논의가 되고 있는 중이다. 두 법률안의 국회에서의 통과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과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 장애인관련법이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이 적극적으로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체 장애인관련법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식으로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개별 법률을 규정할 필요성은 현재 여성장애인이 여성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당하다. 다만 법률명을 어느 것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는 ‘여성장애인기본법’, ‘여성장애인 권리보장과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 ‘여성장애인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제기되었다.
법률명에 ‘기본법이란 법률단계에 위치하는 규범이나 일반 법률보다 상위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헌법과 일반 법률의 중간적 지위를 가진다’라는 견해가 있으나 우리 헌법에는 기본법이라는 특별한 입법형식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재 우리 법률에서 기본법이라는 법명이 붙은 법률은 65개로 많으며 이들 법률이 실질적인 기본법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관계없이 기본적인 원칙이나 준칙 내지 일정한 법분야에 있어서 제도, 정책 등에 관한 기본과 원칙, 기준에 대해 정한 법률을 기본법이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장애인기본법이라는 법의 명칭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2. 이중의 특성이 반영된 법의 방향 모색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의 특성으로 인하여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취약한 상황이다. 여성장애인 단독법이 제정될 경우, 여성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명시한 ‘기본법’의 성격을 가진 법률안에 추가할 내용을 다음과 같다.
우선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률 소관부처는 여성가족부로 정하고, 단순히 복지 서비스의 확대지원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서비스 지원’ 보다는 ‘권리’ 기반을 강조하기 위한 조문명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기존 법률의 조문명을 ‘교육권’, ‘재생산권과 모성권’, ‘자녀양육권’, ‘장애아동 양육권’, ‘건강권’, ‘근로권’, ‘자립생활권’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장애인 단독법률의 목적은 “여성장애인 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종합적인 계획 및 시책을 수립·추진하도록 하여 여성장애인의 권리 보장 및 삶의 질 향상”으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장애인의 권리 보장, 능력 개발, 지위 향상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여성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등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 여성장애인 관련 정책은 중앙행정기관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지역사회의 유관기관 간의 협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있어 행정기관, 유관기관의 협조를 명시하는 조항도 필요할 듯하다.
특히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여성장애관련 조항을 분석한 결과, 일·가정양립에 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 논의될 법률에서는 이러한 지원내용도 명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조항 내용으로는 “국가기관 등과 사용자는 직장 내에서 여성장애인이 임신·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여성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등의 조항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장애인이 특수성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여성장애인 폭력 등에 대해서는 여성장애인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범죄 및 성희롱을 예방・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조항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및 폭력피해시설 퇴소 후 자립생활을 촉진하기 위한 시설을 별도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 제언
여성장애인관련 정책에 대한 국가차원의 총괄 및 조정체계를 구축하여 여성장애인의 인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여성장애인의 단독 법률 제정에 대한 전반적인 쟁점사항을 검토하고 만약 단독 법률이 제정된다면 포함되어야 할 조항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관계부처별로 분야별로 산재되어 있는 여성장애인 관련법제 현실에서, 여성장애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적인 법 규정을 통하여 해당 법률이 의도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체로 여성장애인 정책 분야에 대한 기초적이고, 포괄적이며, 선언적인 규정을 둠으로써 여성장애인 분야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최우선적 역할 또한 관련 법률에 일정한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각각의 개별법을 연계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