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별별 문화추천>
내 감정 사용법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유승화 대표
감정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낯선 존재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며 후회하고, 감정을 억누르다 병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사용할 줄 알면 어떨까?”
『내 감정 사용법』은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적 사유로 잘 알려진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함께 쓴, 감정의 지도이자 인간 마음의 사용 설명서다. 두 저자는 감정을 질병이나 결함이 아닌, 삶을 탐색하게 하는 신호로 본다. 우리가 느끼는 분노, 두려움, 슬픔, 기쁨은 모두 생존을 위한 정교한 감정 시스템의 일부이며, 그것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기술이야말로 ‘감정의 지혜’라고 말한다.
책은 25가지의 주요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감정은 짧은 에피소드, 심리학적 해설, 실생활에서의 대처법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분노’ 편에서는 “분노는 당신을 보호하려는 경보음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울리게 두면 삶 전체가 시끄러워진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다. 저자들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즉시 발산하기보다, 그 감정의 목적을 읽어내는 ‘사고의 간격’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 책은 이론서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따뜻하다. 환자를 진료실에서 마주한 의사의 시선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함께 경험한 친구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를로르와 앙드레는 감정을 ‘사용한다’라는 표현으로, 감정을 주체적으로 다루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들에게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의미를 해석해야 할 언어이며, 올바르게 사용될 때 인간은 더 명료하고 자유로워진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유효한 메시지다. 스마트폰 속 정보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즉시 소비하고 즉시 반응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묻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을 알려주려는 걸까?”
『내 감정 사용법』은 단순한 심리 교양서가 아니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언어를 다시 배우는 인문학적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독자는 깨닫게 된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