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상담소 20주년을 맞이하며
사단법인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임명희 소장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벌써 20주년이 되었습니다. 2001년 3월 15일에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 개소 한 이래로 2010년 11월 12일부터 현재까지 이룸센터에 자리를 잡고 여성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01년 여성부의 출범으로 서울을 기점으로 하여 부산, 대구, 경남, 충북, 대전, 전남, 광주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차례로 개소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장애인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데 전력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20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한 판결이 선고된 적도 많았습니다. 피해자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나, 가해자를 대하는 태도 등에 있어서는 2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성폭력 피해의 경우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와 피해 이후의 삶에 대해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가해자의 형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우리사회가 아직도 피해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성폭력은 강자가 약자에게 성을 매개로 행해지는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라고 주장하게 되면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합의된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피해자에게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라는 것이며, 이는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 힘 있는 자 앞에서 힘없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싫다는 표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지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적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표현 하지 못한 사건들을 지원하다보면 그들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에 의한 합의된 관계라고 치부해버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앞으로는 피해자 각 개인의 특성에 맞는 지원과 더불어 장애감수성을 가지고 피해자를 대하는 재판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주년이 된 지금 여성장애인들의 성폭력피해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과 정책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991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당시 형법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서 폭행과 협박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의 불합리함에 대해 제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성인권단체에서는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여전히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적자기결정권에서 얼마나 심한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 초점을 두고 있으며, 아직도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다가올 30주년에는 피해자의 입장에 입각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성장애인 폭력피해 현황을 돌아보며
2001년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상담소를 개소하여 현재까지 폭력피해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여성장애인 성폭력의 경향과 특수성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담통계를 취합하여 분석해왔습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개소 첫 해인 2001년 전체 상담은 599건에서 장애인 성폭력 상담은 588건이었고, 2010년 전체 상담은 2,129건, 장애인 성폭력 상담은 1,705건, 2020년 전체 상담은 1,642건이고, 장애인 성폭력 상담은 1,642건이었습니다. 2001년과 2010년을 비교했을 때 장애인성폭력상담 건이 35% 증가한 반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의 성폭력 건수는 매년 변동은 있었으나 이천명대에 육박하는 피해건수를 나타냈습니다.
피해자의 장애 유형 중 지적 여성장애인 피해자가 가장 많았으며 가해자의 유형으로는 동네 사람으로 이는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성폭력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유형 중 강간피해가 전체피해의 80%이상 차지했습니다. 피해 장소는 가해자의 집이나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갈수록 숙박시설에서의 성폭력 피해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성폭력 피해 장소 1위가 온라인상이라는 말처럼 갈수록 핸드폰사용이 늘면서 채팅앱을 통한 채팅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이 또한 새로운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렇듯 매년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 건수가 늘어나는 반면 재판으로 가서 승소하여 이길 확률은 절반도 못 미치고 있으며 무혐의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