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청각장애여성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지원과 사회진출 기회의 필요’
우리도 일하고 싶어요~!
한국청각장애여성회 대표 안영회
청각장애인은 듣기의 어려움에 봉착하여 의사소통의 단절로 이어져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갈등을 경험한다. 듣는 것 대신 보는 것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고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늘어나고, 이러한 경험의 부족은 자신만의 틀에 갇히기 쉽다. 이러한 현실은 청각장애인에게 좌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비장애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갖고 있으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청각장애여성들 대부분은 경제활동에 있어서도 소외되기 십상이다.
장애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이 쉽지 않을뿐더러, 듣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된 일터에서 소외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음성언어 주류 사회에서 청각장애 여성은 소통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이기에 불평등한 평가와 보상체계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결국 이직률이 높은 고용현상은 일상생활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며 상당수가 임시직으로 고용되고 있다.
이렇듯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는 청각장애여성들의 직업 경험을 보면, 청각의 이상이라는 장애가 일부 청각장애인여성들에게는 그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도록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규교육을 마친 이후에 직업을 찾으려는 특별한 노력이나 시도를 하더라도 직원들 간에 소통의 벽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 사회로의 진출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일도 없진 않다.
몇몇 청각장애여성들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 정규교육과정을 마쳤던 어느 청각장애여성은 젊은 시절 자신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해왔고, 그는 들리지 않음으로 인해 세상을 사는 목적도 그 어떠한 희망도 없이 이십 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취업을 시도해보지 못했으며 오랜 시간 종교에만 의지해 왔고, 사회로 나아갔을 때도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쉽게 구하지 못하여 제한된 사회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 청각장애인은 타 장애유형에 비하여 이동, 신변처리 등이 자유로워 외형상 비장애인과 크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 내에서 고용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것 같은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미미한 수만이 고용되고 있으며, 직장생활의 부적응과 잦은 이직으로 인해 고용의 안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청각장애 여성들은 남성 청각장애인이 비해서 훨씬 제약을 받아서 사회적으로 더욱 배제되고 고립되어 있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어떠한 차별과 생활 제약을 겪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생활양식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라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여성들은 주로 시각을 통해서만 정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데에는 수많은 고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각장애는 겉으로 보았을 때 다른 장애유형들보다 장애로 인한 고충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무관심도 더욱 심각하다.
청각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 어려움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인 수어(手語)를 구사하는 비장애인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은 구화(口話)에 의존하여 비장애인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소통의 어려움은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을 보면 비장애인 부모들한테서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모두 비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과의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여 청각장애인은 자신들과 같은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청각장애인들과의 만남을 선호하게 되고 청각장애인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청각장애인 사회, 혹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잘 헤아리는 취업체계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청각장애인이 지닌 청각장애가 이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제한을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적 배제와
소외에 대해 문제시하는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동안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소수자로 살면서 그들 목소리를 크게 낼수 없었고, 때문에 대다수 청각장애인은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현실에 주목해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청각장애여성들을 위한 ‘직업적응을 위한 평생교육의 지원’이다. 어느 한 개인이나 몇몇 단체 또는 기관의 힘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므로 국가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제 일선에 있는 업체와 일반인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청각장애인 자신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중 몇 가지 제안은 아래와 같다.
- 청각장애인이 생활하는 가정과 직장에 대한 장애인 이해 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시행되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
- 청각장애인들의 평생교육기관인 전국의 농아인협회 시도협회 및 시군구 지부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센터의 역할을 좀 더 확대 하도록 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담당 평생 교육사를 수화통역 센터 내에 배치
- 청각장애인여성들의 직업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직장 인턴 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산업체 및 기업체와의 연계
- 청각장애여성을 위한 맞춤형 전문직업 관련 평생교육기관이 설치
- 청각장애인들은 이중문화 속에서 심리적 정신적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 이직하는 사유가 발생한다. 이런 심리적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의 내용 개발
- 청각장애인의 직업유지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을 꼽는다면 ‘국어’의 문해 능력으로서 필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학령기 공교육의 과정에서 문해력을 향상을 위한 한국수어 교재계발과 한국수어 교수법이 요구되며, 청각장애 성인을 위한 체계적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관과의 연계와 협력
- 청각장애여성 고용업체에서 고용지원 장려금제도 외에 다른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 등을 통해 지원과 함께 직업적응을 위해서 장애인 고용지원제도의 현실적인 강화
오랜 세월동안 청각장애인 사회에서는 이들만의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가 존재해오고 있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비교하였을 때 단지 ‘다름’을 지닌 사람들일 뿐이므로 청각장애인은 이와 같은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특별히 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인들 가운데서도 소외되고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위치해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데, 이들의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비장애인들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여타 장애인들과의 연합에서 또한 배제를 겪도록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와 정부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여타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청각에 이상이 있는 ‘장애인’으로 간주하기는 하지만, 듣지 못하는 것은 가장 경미한 장애로 취급하고 있어서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은 다른 장애유형과 비교하였을 때 상당히 미비하다.
다시 말하자면, 청각장애인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듣지 못하고 말을 하기 어려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제약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주변에 모든 것을 자막 시스템으로 알려준다거나 모든 국민들이 수어를 구사할 줄 안다면 청각장애인은 더 이상 청각장애가 아닌 보통 시민으로서 권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다 여성에 대한 감수성이 더해진 성숙한 사회분위기가 더해져야 비로소 청각장애 여성은 ‘살만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청각장애 여성이 살만한 세상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1) 위에서 제시한 노동환경, 2)의사소통 환경 개선(수어, 자막 및 속기 시스템), 3)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녀평등 중심의 사회 이동이라는 3가지 과제를 동시에 제대로 수행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면서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