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별 문화추천>
어른이 되면 영화 후기
-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오남정 상담사
한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는 다른 한사람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사회의 인식이, 사회정책과 제도가 점점 개선되어지고 있다지만 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삶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고 <어른이 되면> 이라는 영화가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증하고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유로 거절할 권리는 없다. 스스로 선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
어쩌면 당사자는 철저히 제외하고 보호자(가족)의 통제 속에 가둬두고 요구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답하기를 바라는 것이 선택과 권리를 갖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무언가 할 수 없고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래야만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나도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나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말이다. 나를 대할 때 뭔가 조금은 조심스럽고, 비장애인들을 대할 때 보다는 더 많이 배려해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테다. 그것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느껴지지만 그보다 앞섰던 그들의 배려와 친절에 마다하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혜정씨도 정작 본인은 세상 살아가는데 전혀 거리낌 없이 생각대로, 느낌대로,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혜정 씨가 답답하고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라고 물어보곤 했다는데 이 물음은 그녀를 대하는 가족, 주변인, 사회가 혜정씨를 주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들의 뜻대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뜻이 아닐까? 동시에 그들은 당연히 혜정 씨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굳건하게 믿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특별함, 분리, 격리, 배제, 통제 같은 단어들과 어울리도록 만들었고 그게 당연했기에 역으로 비장애인들의 배려와 친절히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다. 이것은 비장애인들의 잘못은 아니다. 결국 개인을 넘어 사회의 잘못이며 앞으로도 사회가 변화하면서 해결되어질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나 다행인 것은 나의 가족과 친구들, 가까운 관계 사람들만은 나를 틀에 가두지 않았다. 문득 내 스스로가 비장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 주체성을 확실히 가지고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인어공주는 등산복을 입고 설악산에 올라갔다네.~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인어공주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갔다네.~
마지막 엔딩 곡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인어공주 이야기의 한 소절처럼 아직은, 또 때로는 아무 존재도 아닌 것처럼 물거품으로 바라본다 해도 나와 혜정씨를 비롯하여 여성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세상을 함께 살아가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