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야기 2>
향기, 길을 잃다
강경화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광주여성장애인연대 부대표
눈부시게 탐스러운 장미를 안아들고
숨 깊게 마셔 봐도 풍겨나지 않는 향기
서럽다
없던 걸까 잃은 걸까
가시 하나
날 향해있다
지하도 계단 한 쪽 고개 숙인 쭈그린 몸
초점 잃은 눈빛으로 걸음마다 핥아 봐도
누구도 허리 숙이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럴싸한 치장이 흐드러지던 어느 한 날
사람의 냄새라는 게 풍겼던가.
아련한데……
전광판 “함께 하는 세상”
또 깜박이며 흘러간다
출처 : 2018 열린시학
뜨거운 물집
강경화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광주여성장애인연대 부대표
새신도 아닌데 뒤꿈치가 또 쓰리다
얼마를 더 부대끼며 마주하여야 무뎌질까
그토록
내뱉지 못한 말
온종일 출렁인다
출처 : 2018.시조미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