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Focus 2>
언제나 그랬듯, 우리가 이길 것이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가족부’는 국가 성평등정책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만연한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할 정부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다. 1975년 유엔 세계여성회의는 각국 정부에 성평등 책무를 맡을 정부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고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서도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2021년 유엔여성지위위원회는 제65차 합의결론에서 특히 국가기구가 성평등 증진의 주요 촉진자라는 것과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여성정책 전담기구가 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기후 위기, 코로나19 상황, 반여성인권적인 저항 등의 위험과 변화 속에서 북경행동강령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각 국의 성평등정책 전담기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정책 추진 기구는 194개국에 설치되어 있다. 성평등정책 전담기구 강화 흐름에 따라 국제사회에는 더 많은 더 강력한 전담기구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시민들과 여성운동은 1996년부터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인 여성부 설치와 권한 강화를 통해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한국사회는 촛불혁명을 거치며 더 깊고 더 넓은 민주주의 사회로의 진전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슬로건은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상징적인 구호다. 남성, 이성애,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시민적 권리가 온전히 존중되고 보장되는 사회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된 불평등과 양극화, 돌봄과 사회안전망 위기를 경험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모두의 존엄과 평등,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대전환을 성평등 관점에서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전담기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물론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1%도 안 되는 아주 근소한 표차로 당선되었다. 그곳에는 성평등정책의 후퇴, 성평등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해 선거막판 강력하게 결집한 2030 여성시민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 운동, 소위 N번방 사건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응 활동 등을 통해 성장한 여성시민들이 있었다.
당선 이후에는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안 된다.’며 공약 철회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여 성평등정책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국가 성평등정책을 견인하고 진전시키기 위한 행동들을 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며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고 110대 국정과제에도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은 빠졌다. 물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했고, 110대 국정과제 발표 3일 만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성가족부의 법적 근거와 기능과 역할을 담은 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대 5·60대 비장애 남성 중심의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5월 26일,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모두 여성으로 지명했다.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고민도, 헌법적 책무를 실현해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의 책임성도, 유권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나 예의도 없이 SNS에 툭 던진 ‘여성가족부 폐지’ 단 7글자 공약. 윤석열 정부는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갈팡질팡하며 여성시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아니 여성시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도 여성부 폐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여성시민의 힘으로 여성인권의 퇴행, 보수로의 회귀를 막아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도 실패할 것이다. 성평등 민주주의,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이 정의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변했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달라진 우리는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폐지’ 막고 성평등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더 강력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