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Focus 1>
장애여성정책 관련 청각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의 문제 제기
청각장애여성을 위한 의사소통지원정책의 시급함
안 영 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한국청각장애여성회 대표
사람은 언어 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다. 사회 안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언어를 가지고 의사를 소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은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자신의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사회에서도 자신의 언어가 어느 정도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상생활이 달라질 정도로 언어가 차지하는 바가 그만큼 크다.
언어권리에는 서로 상반 된 두 가지 이념이 있다. ‘언어권리는 천부적이며 양도할 수 없다’는 것과 ‘모든 언어권리는 천부적인 성격을 갖지 못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은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나타난다.
언어권 이념의 성립에 있어서도 한 국가 안에서 소수언어가 경시되는 상황이 흔하다. 언어는 하나의 기본적 인권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인권의 이념을 보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자유롭다는 자연법적 원칙에 따라 일체의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대항하여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인권의 일차적 개념이다’라고 한다. 특히, 음성언어 주류의 청인(聽人)사회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시각정보 중심의 청각장애인(농인)들은 ‘언어적 소수파’라고 할 수 있다.
즉, 언어권도 인권으로서 개인적 권리와 집단적 권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며, 개인적 차원에서 언어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다수파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든 소수파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모어(母語)로 인해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정체성을 다른 사람한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적 인권에 있어서도 각각의 언어는 어떤 세계관이나 문화를 짊어지는 것이므로 그 다양성을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UN의 1948년 ‘세계 인권선언’ 선포 내용 중 “인간의 권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 언어를 사용할 권리도 중요하다”라는 내용은 곧 기본적 인권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소수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 청각장애인(농인), 손과 몸짓을 사용하는 수어(手語)는 소수 언어의 한 부분으로서 언어권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에서 언어권을 침해받고 있다.
언어권의 이념은 언어차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여 불평등한 관계를 해소하는 것에 있으므로 청각장애인(농인)의 수어(手語) 언어차별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며, 언어적 권리 또한 어느 정도 보상되어 있는지, 어느 정도 침해되어 있는가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각장애인(농인)의 학습권에 있어서도 학습자(청각장애인, 농인)중심의 교육을 실천해야하며, 청각장애인(농인)의 언어권에 있어서도 사회통합의 필수조건으로 의사소통권 확보 및 정보접근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약칭 한국수어법), 즉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대한민국 농인(청각장애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화언어의 발전 및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농인(청각장애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 제정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청각장애인(농인)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평생교육을 포함하여 수어통역서비스와 자막서비스를 통해 의사소통지원체계를 제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곧 언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지원 재구조화와 함께 청각장애인(농인)의 언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체제를 정비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물론 우리 사회가 한국수어를 언어로서 인정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청각장애인(농인)들이 소통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보장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농인의 권리를 보상할 방법은 이미 제정되어있는 한국수화언어법을 통해 언어권 보장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여, 우리나라의 청각장애인(농인)들에 대한 의사소통방법과 그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편한 대로 정보를 받고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고 자기들의 언어로 교육받을 권리는 많은 청인(聽人)들이 당연한 권리로 누리고 있듯이 청각장애인(농인)들도 인간의 평등권 아래 우리 사회에서 언어적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삶의 질 만족도는 결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의 의사 표현에도 한계가 있어 음성언어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기 쉬우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또한 안정감도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입장을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의 제한을 제도적으로 지원받지 못해 부당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 가정과 사회 내에서 음성언어로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자기 결정권의 강제적 박탈을 경험할 뿐만아니라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자기결정권을 무시당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청각장애여성(농여성)에 대한 가정에서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청각장애여성(농여성)에게 무력감을 경험하게 하며,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직업 안정이나 노동권 문제 외에도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각장애여성(농여성)의 경우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적극적 사회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겪게 되는 이중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고, 국내에서 청각장애여성(농여성)의 정서문제, 심리문제에 대한 대책 또한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에서도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는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직업 경험을 보면, 청각의 이상이라는 장애가 일부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에게는 그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도록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타 장애유형에 비하여 이동, 신변처리 등이 자유로워 외형상으로 비장애인과 크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 내에서 고용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는 듯해 보이지만,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경제활동 실태를 보면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미미한 수만이 고용되고 있으며, 직장생활 부적응과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소외감과 오해와 갈등 및 잦은 이직으로 인해 고용의 안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되어 있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어떠한 차별과 생활 제약을 겪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 장애유형의 여성들과 함께 추가로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의 특성에 맞는 소통지원 및 자립을 위한 평생교육의 지원과 함께 건강(의료)권 노동권 재생산권참정 안전권 평등권 사회 자유권등이 필요하다.
더 이상 청각장애여성(농여성)들이 여성임과 동시에 청각장애를 이유로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차별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소통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의사소통 지원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