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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78호

78호
<별별별 문화추천 2> 영화 추천: ‘더 파이브(The Five)’

<별별별 문화추천 2>

 

영화 추천: ‘더 파이브(The Five)’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김준우


제목: 더 파이브(The Five)

개요: 스릴러, 드라마

개봉일자: 20131114일 개봉

감독: 정연식

출연: 김선아, 온주완, 마동석 등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장애 여성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매우 드물기도 하지만, 있다 하더라도 진보적이고 여성의 주체적인 시선으로 사회 인식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영화는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다소 잔인한 스릴러 장르라는 부담감을 불식시키고 영화 더 파이브(The Five)’를 추천한다.

괴한에게 무차별적으로 난도질을 당한 남편과 딸이 눈앞에서 죽었다. 여성 또한 영문도 모른 채 괴한이 휘두른 방망이에 허리를 맞아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만다. 도미노 설계를 즐기며 단란하고 평범했던 한 가정의 일상이 지옥보다 못한 암흑세계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가족을 잃고 여성 장애인 고은아로 홀로 살아남은 것이다.

 

복수가 삶의 전부를 점령한 고은아는 총기 구입을 시도한다. 그러나 무기판매상은 보란 듯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를 자가용으로 밀어버린다. 여지없이 몸이 곤두박질친 채 손가락이 부숴져라 땅바닥만 움켜잡는데, 한 치도 꼼짝할 수 없는 장애 여성의 비참한 심정이 무언의 절규에서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이윽고 들려오는 비아냥거림.

겁대가리 없이 어디 여자가, 그것도 병*이, 그것도 혼자서.”

고은아는 비수 같은 무기판매상의 말을 되뇌이며 너무나 무력한 자신의 존재를 읽는다.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신체임에도, 계획도 없고 복수심만 들끓었다. 이토록 혼자 꿈꾸는 복수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무모한가 말이다. 이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무지와 시대상을 드러내는 독백으로도 일축이 가하다.

 

그러나 절망의 나락에 빠진 고은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회복지사의 등장이, 자칫 루즈할 뻔한 스토리에 전환을 가져다준다.

장애 여성이 처한 상황과 환경의 고단함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사회복지사의 요란한 행동반경에 이질감이 들어 잠시 피로도를 높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사회복지사의 진정성에 소름이 돋는다. 가족의 처참한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장애를 입은 채 살아남은 자신에 대해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몰아가는 고은아에게 건강한 몸을 지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건강한 몸이라는 표현을 한다. 오히려 암 환자인 사회복지사 자신은 헌혈도 할 수 없고 장기기증도 할 수 없다며 푸념처럼 늘어놓는다. 장애를 환자로 보지 않는 암 환자 사회복지사의 당연한 말 한마디에 사회 인식의 환기라는 잔잔한 파동까지도 느끼게 한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라고 통칭하고 분리하는 틀에서 벗어나, 오롯이 사람으로 교감하고 상호관계를 형성하려는 메시지가 영화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 여성 고은아는, 가진 전부를 잃고 마지막 남은 자신의 유일한 신체 장기를 담보로 사람을 끌어 모은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접근해 나가는 5(Five)인의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움직임이 시선을 묘하게 강탈한다. 그래서 더 절박한 몰입을 유도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절한 장애 여성의 복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회복지사의 말대로라면 꽤나 많은 것을 가진 셈이다. 희망이다. 희귀혈액형, 건강한 장기들. 더욱이 집도 의사까지도 장기 적출을 위해 고은아를 뇌사시키려 했던 정황이 있다. 안구가 필요한 사람, 신장이 필요한 사람, 심장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고은아는 중증장애인의 몸으로 혼자 할 수 없는 불가능한 부분들에 대하여 자신의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바를 꿋꿋하게 이뤄나간다. 매순간 죽음의 문턱에 놓이면서도 장애인 당사자가 가까스로 생명줄을 부여잡아 올리는 장면들에서는,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인 현실임을 재상기시킨다. 장애인의 도움 받을 권리로 요약하고 싶다.

 

물론 윤리, 상식, , 논리에 부합되는 것은 거의 없다. 비윤리, 비상식, 불법, 비논리가 난무한다. 그러나 내가 깊숙이 들여다본 것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장애 여성을 순종적이고 나약한 존재로 비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운동기능만 상실했을 뿐, 인지, 언어, 감각 등, 누구나 다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소통능력을, 이 사회가 주로 인식하는 장애’, 특히 장애 여성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201311월에 개봉한 영화 더 파이브(The Five)’는 인기 웹툰 원작의 한국 스릴러 미스터리 영화다. 오래된 영화지만 단순 스릴러가 아닌,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된다. 앞서도 밝혔듯, 다소 잔인하고 가혹한 비현실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영화이긴 하나, 육체적·정서적인 차별이나 배제 없이 장애 당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는 시사점이 큰 영화다. 장애로 인해 부딪히는 현실의 벽에서는 그대로 장애의 한계를 노출시켜, 결코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형상화하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아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조직된 5(Five)인이 고은아를 중심으로 적재적소에서 출몰하는 장면들도 서툰 듯 매우 흥미롭다.

 

죽음 직전에 남긴 고은아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해, 영화 더 파이브(The Five)’가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와 나의 감동을 함축한다.

이해해요, 나도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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