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야기 2>
드나듦 - 소회를 밝히다
윤미숙 충북여성장애인연대 회원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에 여장연 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수지 맞는 성” 이라는 성(性)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음에도 성이론에 관해선 무지함이 컸던지라 개인적으로 “처음”과 “시작”에 대해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반드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야심참과 설렘으로 충북여성장애인연대를 처음 방문하게 된 것이 2년 전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당시 난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적잖은 상처와 덧난 흉터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염장’만 가득 했어서 누구를 만난다거나 사람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가 미흡했고 내가 지닌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겼어왔던 편견과 시선들로 아픔이 도드라져 있을 때였기도 했다.
서리서리 곡절 없는 장애인이 어디 있겠으랴. 나 역시도 장애는 평생토록 낯설고 편치 않다.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사람이 살면서 낯선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만 모르는 사람들과의 첫 대면은 생소하고 낯설 수밖에 없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결심이 우선이 되었던 건 아마도 여성장애인연대라는 특수성으로 집합된 곳이어서 마주함이 수월했었는지도 모른다.
익숙해지고 친숙해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는 필요치 않았다. 언제나 활짝 반겨주는 사람들로 프로그램 참여 내내 즐거움은 당연함이 되고, 나눠 마시는 물 한 모금으로도 정갈한 단맛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갔다. 매번 나의 슬픔을 함께해주며 같이 고민해주고 온 마음을 다해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매일 본 것처럼 매일 온 것처럼 시나브로 편안함이 스며들었고 드나듦의 기쁨이 저절로 생겨났다.
그렇듯이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이곳에 모여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앞날을 꾸리고 더러는 예삿 아낙네처럼 남편 자식 흉으로 뒷담화 반찬거리 삼아가며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참새방앗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또한 충북의 모든 여성장애인들이 관계의 이유 없이 무시로 오고갈 수 있는... 갓밝이 해처럼 평온한 곳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라며 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우리 여성장애인들의 움츠려진 심신을 마구 흔들고 깨우쳐주는 충북여장연 직원 분들께 깊은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