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Focus 3>
배제와 소외가 만들어낸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외침
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한국사회는 여전히 남성중심의 사회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서 남성이 정책의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다. 이런 시스템의 사회에서는 장애가 없는 여성도 차별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또한 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에 의해 장애여성이 되기도 한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장애인 차별"뿐만 아니라 "여성 차별"이 복합적인 것으로, 성적 피해나 학대를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교육, 회사 업무, 결혼, 육아 등 생애 전반에 걸쳐서 제약은 심각하며, 또한 "그녀"들의 삶의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 수준 비율은 남성이 57.3%로 여성 29.9%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 역시 2020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상태를 살펴보면, 참가율과 고용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인 반면, 실업률은 남성 장애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 장애여성의 교육률과 취업률,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삶의 주기에서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차별과 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중첩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 현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직 가시화 되지 않은 존재들이 있으니, 편견과 혐오의 벽 뒤에서 웅크리고 죽어가는 여성정신장애인들이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과 ‘정신장애’라는 이중차별과 복합적인 고통을 해소하고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마련되어야 하는 법과 제도이다.
정신장애의 발현은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과 밀접하며 정신질환의 발병 원인은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젠더 불평등과 여성 고유의 위험 요인 또한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일찍이 미쉘푸코는 ‘환경과 인간 사이의 모순이 더없이 깊어지면 심리적 동요가 발생한다. 마치 가난한 구두쟁이가 고단한 삶 속에서 알코올에 의존하여 점차 망가진다면, 그것은 사회적인 억압 때문에 개인이 병적인 세계로 빠져든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젠더 폭력도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위치, 경제적 갑을 관계, 신체적 조건에 따라 여성과 아동은 남성과 성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 처해지기 쉽다. 2016년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간의 폭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자의 경우인 확률이 높았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폭력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같은 유형의 피해를 입어도 여성이 남성보다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장애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진단을 받은 이후 더욱 극심해 진다. 그중에서도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여성이라는 약자의 입장으로 인해 더 큰 낙인을 겪기도 한다. 이글을 쓰는 필자역시 유년기의 성추행의 기억이 일평생을 관통하면서 크나큰 고통을 겪었으며 진단명이 있기 훨씬 이전인 청소년기부터 자살시도의 경험이 있다, 조현병이라는 라벨링의 이면에는 삶의 맥락이 있는 것이다.
정신병원의 강제입원의 폭력과 반복된 입·퇴원, 강제치료, 폭력으로 일관된 정신장애인이 되어 겪어야 했던 것은 시종일관 고문과 학대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현병 환자이고 여자면 함부로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어리숙해 보이고. 상태가 안 좋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말이 느리거나 순발력이 없어지게 된다. 방어 능력이 떨어지면 그런 순간을 남성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지적장애인 여성과 정신장애인 조현병 여성들의 피해는 극심하다. 그렇지만 말을 못하게 된다. 정신장애인이니까 진술에 의심을 받게 되어 고스란히 여성당사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사회에서 불안하게 견디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일반적인 직장을 다닐 때는 사회적 지위가 있었고. 실장이었던 데다 회사 제일 권력자였을 때는 남자들도 함부로 하지 않고 깍듯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이 된 이후의 세상에서 겪는 것은 180도 달랐다. 성폭력이든 폭력이든 폭력은 권력이 기반임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여성장애인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지 비장애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억압적인 사회에서 여성장애인들이 겪는 폭력은 일상적이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클 수밖에 없다. 여성정신장애인에 대한 젠더적 접근역시 필요하다. 마음의 병을 앓아도 여성 의사를 만나기가 어렵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삶의 심각한 폭력 중에 간과할 수 없는 게 가정폭력과 성폭력이다. 그걸 공감하면서 나눌 여성 의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나 정신분석학계도 남성이 대부분이다.
장애여성지원법의 제정을 기원하며
살펴본 것처럼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여성들 다수가 실제로는 사회적 폭력과 사회모순의 피해자임은 분명하다. 그 고통은 실로 심각하여 높은 자살률이 이를 증명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장애와 건강통계' 자료는 정신장애와 관련한 사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률보다 평균 8배 높은 것으로 설명된다. 배제와 소외가 만들어낸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여성정신장애인들에게 이제는 우리사회가 응답을 해야 한다.
장애여성지원법은 장애여성의 기본적 인권, 복지를 비롯해 그동안 차별로 보장받지 못한 모든 부분들을 평등하게 우선적 보장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법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국회를 반드시 통과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