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여성장애인지원법’, 22대 국회가 마침표 찍길
정부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주류화와 장애주류화 대책 내놔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조성민 사무총장
제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22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일주일 뒤인 6월 5일에는 여당(국민의힘)이 본회의에 불참한 상태에서 개문발차(開門發車)했다. 시작부터 21대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특검법과 상임위 배정 등이 원인이라지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다만, 장애계의 오랜 바람들이 이번 국회에서도 변죽만 울린 채 묻혀버리지는 않을지, 지난 4년을 돌아보게 한다.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 당시 여당) 의원까지 발의했다가 자동 폐기된 ‘장애인권리보장법안’과 ‘장애여성지원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법은 전직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장애계와 국회가 10년 이상 논의해 온 법안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특히 장애여성지원법은 18대 국회를 시작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 부처의 소극적인 자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역대 국회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은 기존 법률과 정책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여성장애인 관련 종합계획·정책조정위원회·실태조사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담긴 각 정책과 조사 등으로 연계하면 된다는 식이다. 여성장애인의 교육, 모성보호, 성·재생산 건강, 고용, 성폭력·성매매·가정 폭력·학대 피해, 가족 지원 등도 마찬가지다. ‘성폭력방지법’ ‘장애인고용법’ ‘평생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아이돌봄 지원법’ 등 차고 넘친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령 및 중복 등으로 법체계는 물론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생긴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차고 넘치는 그 법률과 정책이 여성장애인들에게도 평등한가이다.
양성평등기본법이 과연 ‘복합적·다중적 차별’을 겪는 여성장애인들의 삶을 담보할까? 그렇다면 같은 여성임에도 비장애 여성보다 몇 배의 폭력에 노출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여성장애인이 남성장애인보다 교육과 경제활동 등에서 왜 더 심각한 차별을 겪는 지, 국가는 그 이유와 답을 내놔야 한다.
최소한 중복 논리에 앞서 장애 정책에선 ‘성주류화’를, 여성 정책에선 ‘장애주류화’를 꾀하는 노력을 보여야 했다. 심지어 여기저기 흩어진 정책을 모아 최소한의 종합적인 지원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장애인들은 필요한 서비스로 ‘자녀양육지원’을 1순위로 꼽았다. 임신·출산과 초기 양육, 성폭력 등 단순 생물학적 중심 정책에 대한 우회적 지적이 아닐까! 여성장애인들이 특별법을 외치는 이유이다.
이제는 장애 분야도 특별법보다는 주류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일반법 등 여타법률에서 다루지 못하거나 사각지대가 있을 때, 우리는 특별법을 꺼내 들곤 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이어 ‘UN장애인권리협약’을 별도로 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협약 내 장애여성(제6조) 조항을 별도로 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22년 제2·3차 대한민국 정부 보고서와 관련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UN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더 구체적이다.
UN위원회는 대한민국이 성주류화 관점과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을 감안한 입법 및 정책 등의 결여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에 대한 차별과 소외, 배제 등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장애 관련 법률에서의 성주류화뿐 아니라 성별 관점과 교차성을 반영하는 특정 법률 및 전략을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민국 정부에 '투 갈래 접근(two-track approach)’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최종견해를 받아 든 정부는 지난해 말, 이행방안 연구를 마치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해당 문서가 공개되더라도 최종견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여성장애인지원법 제정 필요성은 언급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22대 국회에 여성장애인 비례대표가 세 명인 만큼 기대를 해볼 만하다. 어느 의원이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장애인지원법을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발의를 했으면 이번엔 끝을 보길 바란다. 장애계가 바라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여성장애인지원법의 좌초는 지난 국회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