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서브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여장연 웹진

84호

84호
목차
<우리가 사는 이야기 1> 너도 밤나무냐?

<우리가 사는 이야기 1>

 

84호 우리가 사는 이야기에서는

충남여성장애인연대 활동가와 회원의 수필을 담았습니다.

 

너도 밤나무냐?


충남여성장애인연대 활동가 이재경

 

수년 전 유럽 여행 시 가로수로 심은 나무 밑에 수북이 떨어진 밤톨이 있어 주우려고 하니 가이드가 유럽은 과실로 먹지 않고 목재를 건축자재로 사용한다는 설명을 듣고 너도 밤나무를 알게 되었다.

 

50대 후반 나이에 충남여성장애인연대의 밤나무 농장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일꾼이 필요하다는 1대 농장주의 권유로 5명의 일꾼이 있는 농장에 입사해 난 밤톨을 부대에 담아 운송을 담당했다. 밤톨을 줍다 밤송이 가시에 찔려 따끔한 아픔도 있었고, 포대에 담긴 밤톨을 등짐 지고 2~3층까지 배송하거나 차량에 옮기는 작업을 하다 보면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도 있었다.

 

초창기엔 농장 규모는 작아도 생기가 넘쳤다. 좁은 운송차에 꽉꽉 채워 10부대가 넘는 운송도 다반사였다.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교육실이 없어 공단 교육실을 대여하거나, 교회 교육관을 대여받아 좋은 품질을 생산키 위한 교육이 뜨거웠다. 뜨거운 열정만큼 밤톨 간에 흔들림으로 서로 간 찔림으로 가슴을 적시는 수많은 사건들에 아픔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체가 불만족해도 앙다문 이빨로 고통을 견뎌내면서 더 좋은 품질을 위해 먼 이웃나라 일본 현지 답사도 하고, 제주도 답사도 하면서 힘을 쏟아 왔다.

상품 포장을 위한 교육으로 패션쇼도 몇 년을 열어 지역사회 속에 충남여성장애인연대 농장 홍보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1대 농장주가 더 큰 일을 위해 정책기관인 시의원으로 가게 되어 제2대 농장주가 탄생했다. 2대 농장주는 수확한 밤톨을 품평회를 통해 우수한 밤톨을 홍보하기 위해 목청을 세워 외침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첫 밤톨품평회 날은 난 울었다. 최상의 품질은 아니어도 최선의 품질이었기에 처절함마저 함축된 홍보엔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적시고, 바라보는 난 울었다.

 

더 많은 배송을 위해 버스도 다수의 차량도 늘렸다. 난 밤톨부대를 수없이 안아 올리고, 업어 올리고. 끌고 밀어 승차를 하다 보니, 그 세월이 유수처럼 흘렀다.

 

2대 농장주도 밤톨 품질과 자립을 위해 더 큰 연합농장주가 되어 상경하고, 3대 농장주는 품질개선을 위해 내실을 돈독하게 돋워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배송 담당하던 일이 20여 년이 가까워져 내 모습도 밤톨을 닮아가고 있었다.

 

노약자”, “사회적 약자라는 망태기에 담겨져 모양은 밤톨 같으면서 밤톨이 아닌 너도 밤톨너도 밤나무.”가 되었다.

이젠 충남여성장애인연대 농장에 일꾼도 20여 명이나 되는 대농장으로 탈바꿈되어 나날이 일꾼들의 헌신으로 품질개선과 향상을 꾀하고 있다. “너도 밤나무.”에 백설이 얹고 보니 백발에 면류관이 되어 이보다 더 큰 훈장이 없더이다.

 

난 너도 밤나무로서 나의 남은 삶을 농장을 위해 벼리고 벼리해 나갈 것이다.

여보게, 밤톨들. 전엔 일꾼이었으나 이젠 우린 친구네.”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

친구네, 친구여!”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22 이룸센터 4층 2호 (우 07236)
Tel. 02) 3675-9935, 02) 766-9935     Fax. 02) 3675-9934     E-mail : kdawu@hanmail.net     홈페이지 유지보수 : 그루터기
COPYRIGHT(C) 한국여성장애인연합,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