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의 건강 평등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장애인 관점에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건강권법 이행과 장애친화 산부인과 운영 중심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장애인복지 정책에 있어 헌법과 같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면 장애인건강권을 장애인의 인권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제25조항(건강)에서 당사국이 이행하여야 할 건강 관련 정책들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목적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사국은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의료관련 재활을 포함하여 성별을 고려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본 협약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가에서 발표되는 장애인 건강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장애인 중 남성장애인보다는 여성장애인이 주관적인 건강상태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에서 여성장애인의 처참한 건강 상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러한 상황을 지난 20여년 동안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17년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법)을 시행하였다. 본 법의 목적과 기본 이념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건강 조항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내용이어서 장애계의 지지와 환영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장애인건강법은 ‘장애인의 장애특성을 고려한 진료 및 공공의료정책 등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과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의료복지서비스 신설 등 인프라의 강화, 장애인의 의료기관 접근성 향상, 의료인의 인식변화 등 전반적인 개선’의 실천을 통해야만 ‘장애인의 건강 평등권을 실현하고 장애인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법 제4조 제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건강권 향상과 장애유무, 장애유형 및 정도, 모성보호, 성별 등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장애인 간 건강수준의 격차 해소’를 위하여 장애인 건겅보건관리사업을 적극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동 법에 의해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의료지원이다. 제19조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제20조 지역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에서 여성장애인 임신과 출산 시 장애유형에 맞는 전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장애인건강법에서의 여성장애인의 권리를 크게 3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물리적 접근성이다. 동법 제9조에 장애인의 의료기관 등 접근 및 이용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이 의료기관에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병원까지의 이동 편의와 병원 도착 후 진료 과정에서의 적절한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 여성장애인의 경우는 남성에 비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비율이 낮기에,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여성장애인이나 경증의 임신 중인 여성장애인이 응급상황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이동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임신 중인 여성장애인 대부분이 지역 내 1인 의사가 운영하는 개인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런 소규모의 의원급 병원은 물리적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두 번째, 심리적 접근성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의 차별이 만연한 현실에서 의료인들의 장애이해 및 인식 부족이 문제이다. 이를 위해 동 법 제13조와 제14조에 장애인 건강권교육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여기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건강원 교육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정도만 장애인 건강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권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은 거의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친화 병원의 확충이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장애친화검진기관의 확대를 약속했으나 2019년 기준으로 현재 8개소 지정에 불과하고 인증을 받아 서비스를 개시한 곳은 고작 4개소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여성장애인을 위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별도로 지정하여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장애인건강권법 제4조 근거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여성장애인이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장애인은 임신· 출산 정보에 대한 정보 부족과 의료진의 장애 감수성 부족, 진료 접근 문제, 높은 고위험 분만 확률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고비용과 저수익 시설로 민간의 자발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로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여성장애인이 불편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편의 및 의사소통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연간 분만실적이 100건 이상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인구수와 생활권역 고려하여 올해 8개소를 지정하고 병원 당 병원 당 3억8750만원(시설·장비비 3억 5,000만원, 운영비 및 인건비 3,750만원)할 지원할 예정이다.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삶이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전반적인 삶의 질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이 건강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위와 같이 장애인건강권법 이행과 장애친화 산부인과 선정 및 지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 사업 전반적으로 여성장애인 당사자의 주도성이 미흡해 보인다. 여성장애인의 위한 병원 등의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의 건강권은 단지 여성장애인 친화 산부인과 병원 몇 개로, 의료 접근성이나 의료진의 장애 감수성 제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여성장애인들이 장애룰 이유로 한 차별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모두 향유하면서 살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