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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장연 웹진

41호

41호
목차
여성차별철폐조약 한국정부 심사과정 참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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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철폐조약 한국정부 심사과정 참여기
- 권은숙ㆍ(사)충북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

 기억을 더듬는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할 때다. 선두에 선 내게 당사자 아닌 주제에 왜 나서나 물었다. ‘당사자주의로 무장하면 당사자에요.’ 시원치 않은 표정의 공무원과 경찰을 뒤로하며 나도 조금 뒤가 켕겼던가? 이번 뉴욕행은 ‘여성차별철폐조약’ 엔지오 보고를 위한 출장이었다. 위풍당당 여성당사자로서 비행기에 올랐다. 스스로 당사자인 운동을 해보고 싶었던 욕구가 이렇게 해소되다니 이야호∼! 물론 ‘여성장애인 모성궈’ 이슈를 담은 장애인권 활동가로써의 공심은 있었다.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와 충북여성연대, 레즈비언인권상담소, 탁틴내일 등이 지역 엔지오 보고서를 작성했고, 충북은 여성단체연합이 아닌 코쿤(Kocun)과 함께 동행했다. 전체 9박 10일의 일정이었다. 그 중 2박 3일은 이루(WRAW Asia Pacific)가 준비한 씨도위원에 대한 로비를 위한 웍샵,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도위원들에게 우리 이슈를 사례중심으로 발표하는 ‘런치 브리핑’, 심사국 엔지오의 이슈를 10분 안에 발표하는 ‘오랄 스테이트먼트’, 6시간의 ‘한국심의’ 과정 참관, 4개의 유엔 관련 기관과 한인 가정상담소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공식일정에는 없었던 ‘비공식 로비를 위한 6시간의 파티’ 참여도 있었다.

 
육십이 넘은 나이라 느껴지지 않는 신혜수 대표의 왕성한 열정과 체력이 만들어낸 스케줄이었다. 전체 일정 내 신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등에 밧데리를 갈아 끼우는 판이 있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침마다 생생하게 부활하셨다, 그녀는지독히 빼곡한 일정을 누구나 잘 소화하리란 편견에 당신이 2%의 비주류라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빼곡한 일정과 그녀와 함께한 새벽의 데이트가 내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운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알아차리지 못했던 긴긴∼ 세월동안 국제사회로 여성운동의 물꼬를 터온 그녀에게, 더러는 외롭기도 했을 시간을 너무 늦게 알아서 죄송하고, 굿꿋하게 견뎌주셔서 감사하다.

 
충북여성연대의 대표러 참여한 정승희 처장과 나는 충북도의 여성정책 담당 부서가 국장급 개방직으로써 전문성과 책임성, 결정권을 가지며 여성정책을 총화하고, 성별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슈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가 될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아이를 낳은 후 잘 양육할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여성장애인 모성권’ 이슈를 주장했다. (처음 보고서는 5개 영역이었으나 (사)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과 중복되는 부분은 여연이 큰 틀에서 거론 할 수 있도록 조절했다.)

 
영어가 안되는 나는 코쿤(Kocun)의 이가원 팀장과 유엔국제기구 대학생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도움을 받아 로비에 참여했다. 학생들과 협업하는과정에 학생들은 엔지오의 과제와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이 한 없이 깉ㄱ했고, 별처럼 반작이는 눈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과 성실한 태도에, 지난 한 활동으로 지친 영혼이 위로를 받았다. 한국심의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로비에 동참했던 여덟명의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여성장애인 인권운동 10년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조약의 비준과 이행심의, 권고에 대한전체 과정을 이번 출장을 통해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부끄럽다.

 유엔의 활동을 가까이서 살피고 관련 기구에서 일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전 지구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산의 화두로 삼고 있는 것 또한 충격이었다. 내가 몸담은 조직과 장애인권운동의 현장, 남미의 가난한 나라에만 천착해 온 것이 살짝 미안했다. 유엔 위민의 복도에서 가져온 세게지도를 거실의 벽면에 붙였다. 흉내 좀 내보려고 한다. 전 지구를 품에 담는∼

 
돌아오니 몇 명이 ‘뉴요커’라고 놀리듯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가 들리지 않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흑인의 일(쓰레기 처리, 슈퍼의 포장, 배달 담당 등)로 느껴지는 계급의 차, 보도가 잘 되어 있으나 매연으로 오래 거도 싶지는 않은 거리, 아주 많은 개들, 여기저기의 끊이지 않은 공사, 분리수거를 잘 안하는 등 낭비가 심한 생활의 일면, 번화가의 즐비한 쇼핑타운과 고급명품 매장 등은 나를 결코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지나친 도심 한 가운데 있던 100년이 넘은 성당 등 오래된 건축물을 현대적 감각의 건물들 사이에 잘 보존해 놓은 것이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번화한 길을 걸으며 만났던 다양한 인종들을 편견없이 대하는 시선은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결국 단 하루도 나는, 뉴요커가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내 마을, 내 집이 좋다.

 
아쉬움 하나는, 씨도 위원들이 한국정부에게 여성의 정치ㆍ경제적 지위를 위시한 온갖 인권 이행사향을 꼼꼼히 체크하고 질문하는 현장을(아∼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속이 시원하고 아슬아슬 했던가.)혼자 경험한 것이다. 일상을 나누는 여성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과 함께 갔더라면 더더더 좋았을 것을.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한 당사국인 우리나라 심의가 있을 때 장애당사자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해서, 내가 씨도위원회 위원들을 로비하며 느끼고 배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타깝게도 씨도 보고서에는 ‘여성장애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체 열흘간의 일정에, 2킬로그램의 살을 헌납해 가며 노력했건만, 문서로 드러나는 성과는 없었다. 하루간 패닉 상태에 빠졌었다. 결국 당사자의 움직임이 세상을 바꾼다는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끝으로 목마른 지역의 이슈와 레즈비언 인권 내용을 담아준 코쿤(Kocun)와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충북여성장애인연대에 감사를 전한다. 아울러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때 엔지오로써 필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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