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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태평양을 뒤흔들게 될 AP DPO UNITED(아ㆍ태장애인연합)
-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
지난 9월 5일∼7일, 이룸센터에서 ‘아ㆍ태장애인연합(AP DPO United)을 위한 전진대회’가 열렸다.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 준비를 위한 연대회의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한 이 대회는 한국의 장애인들에게는 물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장애인들에게 매우 뜻깊은 자리로서 한국을 포함 태국, 인도, 티벳, 몽골, 팔라우, 필리핀, 일본, 중국, 키르키츠스탄, 미얀마, 통티모르, 베트남 등 총 15개국 100여명의 장애인 리더들이 참가하였다. 아ㆍ태지역장애인 리더들은 이 대호에서 제2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을평가하고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을 위한 아태장애인연합 결성으 관해 논의하고 합의하였다.
전진대회에 참가한 아ㆍ태지역장애인 리더들은 제1차과 제2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의 20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이 참여가 부족하였고, 그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하는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사실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 즉, 새로운 10년(New Decade)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2010년 6월 방콕에서 열린 유엔 에스킵총회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위해 DPO United가 결성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유엔 에스캅에서는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각국 정부에 유엔 에스캅회의에 참가하는 정부대표에 장애인당사자를 반드시 포함하라는 권고를 내렸으며, 우리나라도 그러한 권고에 의해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기획실장이 2010년 10월에 에스캅 사회개발회의 정부대표단에 합류한 바 있다. 이런 배경으로 보아 지난 제1차와 제2차 아ㆍ태장애인 10년과는 달리 새로운 10년의 이행력이 높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의 주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이 될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담겨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장애인들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새로운 10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낙후되어 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권리’는 남의 일에 불과했다. 제1차와 제2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이 시행되었던 지난 20년 동안에도 장애인은 여전히 빈곤과 질병,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스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선언적인 제스처는 필요 없으며,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있기에 실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은 머지 않았으며, ‘권리’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 가까이에 와 있는 것이다.
이번 전진대회에서는 제2차 아ㆍ태 장애인 10년의 평가와 관련해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민간보고서 작성을 위한 설문지 검토와 새로이 실시할 10년의 행동계획인 ‘인천전략’에 대한 논의를 한 뒤이어 아ㆍ태장애인연합(AP DPO United)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였다. 쇼지 나카니시 AP DPI 의장은 그간 이루어진 AP DPO United 관련 논의와 움직임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였고, 김효진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 준비를 위한 연대회의(DPO United KOTREA) 집행위원장이 아ㆍ태장애인연합의 위상과 기능,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뒤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자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전진대회 참가자들은 사무국을 AP DPI에 두고, 지역과 유형을 고려해 총 10명의 준비위원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5개 하위 지역별 준비위원으로는 전진대회 참가자 중 한국의 김효진, 인도의 라지브(Rajiv Rajan), 필리핀의 조세핀(Josephine De Vera), 키르키츠스탄의 아시파(Asipa Musaeva), 팔라우의 빌라니(Villaney Remengesau)등 총 5명을 선풀하고 준비위원장으로 김효진을 선출하였다. 지역별 대표성을 띤 준비위원 5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선출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아태지역 장애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 또한 나머지 5명의 준비위원은 AP DPI 사무국에서 유형을 고려해 추가로 합류시키기로 하였다.
이로써 작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왔던 아ㆍ태장애인연합(AP DPO United)의 공식 행보가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준비위원회는 앞으로 온라인을 통해 정관(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올 12월에 열릴 유엔 에스캅 스테이크홀더 미팅에서 만나 준비위원회 회의를 갖고 광범위한 아태지역 장애인단체 규합과 정식 출범 일정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제 아ㆍ태장애인연합(AP DPO United)은 보다 활성화된 행동을 통하여, 그리고 보다 조직적인 연대를 통하여,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의 메카니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활동을 평가하고 권리협약의 준수를 촉구하고, 정부나 에스캅, 제3차 아ㆍ태장애인 10년의 이행구조 속에서 당당히 우리의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다. 과거 장애인은 그저 동정과 시혜의 대상, 프로그램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진대회의 성과인 아ㆍ태장애인연합(AP DPO United) 준비위원회 결성은 아시아ㆍ태평양을 뒤흔들 사건임이 분명하다. 장애인당사자의 참여와 활동이 빠진 계획은 속 빈 강정일 뿐이다. 바야흐로 “Mothing about us without us!"의 시대가 왔다.